로봇이 서비스하는 평창 동계올림픽
< His Story > “로봇이 서비스하는 첫 올림픽… 새로운 기능과 활용성 보여줄 것”
오준호 카이스트 교수가 지난 15일 자신의 카이스트 대전캠퍼스 연구실 앞 잔디밭에 설치한 1인용 텐트 안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체 관측이 취미인 오 교수는 야영에 대비해 겨울철에도 텐트를 쳐 놓고 훈련을 한다. 신창섭 기자 bluesky@
동계올림픽 로봇지원단 총감독 오준호 카이스트 교수, 인간형 로봇‘휴보’의 아버지.
한때 천체물리학자 꿈꾸기도, 이젠‘세계적 로봇벤처’가 꿈.
사상 첫 ‘로봇 성화봉송’이어 평창 대회용 11종 85대 선발.
13세 된 휴보, 이젠 美에 수출. DARPA재난대응경진서 우승.
핵심부품 원천기술 확보 과제, 로봇시장 기대치 높아서 고민.
現기술과 접점찾는 것이 관건, 수술로봇·청소로봇 이미 각광.
지난 2004년 한국 최초의 인간형 로봇인 ‘휴보’를 개발해 ‘휴보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준호(64)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는 아직 꿈 많은 소년 같았다. 속사포처럼 빠른 고음의 말투, 천체 관측으로 행복감을 느끼는 취미 생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로봇에 대해 “아직 멍청하다”고 서슴없이 던지는 ‘돌직구 화법’의 면모가 그랬다. 반세기 전 청계천 공구상가를 헤매며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조립하고 뜯어보며 호기심을 채웠던 ‘청계천 키즈’의 모습이 여전했다.
마징가 Z, 로보트 태권 V 등에 열광하던 세대들의 로망을 휴보를 통해 달래주고 ‘로봇기술 선진국’의 꿈을 심어줬던 오 교수를 지난 15일 대전 유성구 구성동 카이스트 내 휴보랩(Hubo Lab)에서 만났다. 오 교수는 평창동계올림픽 로봇지원단 총감독을 맡아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2016년 로봇이 정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최초의 올림픽을 준비해달라는 과제를 정부로부터 요청받았다. 올림픽 현장에 선보일 11종 85대의 국산 로봇을 선발하는 일종의 ‘총괄 코디네이터’다. 올림픽 개막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요즘 그는 로봇을 최종 점검하고 안정화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세계의 눈과 귀가 쏠리는 무대인 만큼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감기, 몸살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던 오 교수는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로봇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속사포처럼 풀어 놓았다.
―지난해 12월 11일 평창동계올림픽 대전 성화 봉송 구간에서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로봇 성화 봉송이 이뤄져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카이스트 교문 밖에서부터 캠퍼스 내까지 700여m 구간에서 최초의 로봇 성화 봉송이 진행됐다. 카이스트 휴보 랩에서 제작한 DRC형 휴보 2대, 사람이 탈 수 있는 탑승형 로봇인 ‘FX-2’ 1대 등 3대가 활약했고, 나도 봉송 주자로 나서 휴보에게 성화를 받아 200m를 뛰었다. 우리나라의 로봇기술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평창올림픽의 열기도 높일 목적으로 추진됐는데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평창올림픽 로봇지원단장 총감독을 맡았다. 로봇이 올림픽에서 정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회는 이번이 처음인데.
“2년 전 정부의 제안을 받고 반년 동안 안 한다고 도망 다니다가 억지로 떠맡았다. 세계의 눈과 귀가 쏠리는 올림픽인데 잘못하면 망신당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부담스러웠다. 정부 측에서는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가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인데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것이 로봇이라고 판단한 것 같았다. 2020년 하계올림픽을 유치한 일본이 우리에게 선수를 빼앗겨 상당히 아쉬워할 것이다. 총감독의 역할은 실전에서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을 선별하고 배치하는 것이다. 또 대회에 어떤 로봇이 필요한지 파악하는 일도 하고, 로봇을 공급할 국내 기업을 연결하는 역할도 했다. 로봇 선발 원칙은 안정성, 새로움, 유용성 등 3가지였다. 오작동 등으로 망신당하지 않도록 조심했고, 새로운 기능과 현장에서의 활용성에도 주안점을 뒀다.”
오준호 카이스트 교수가 휴보 옆에서 로봇의 동작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2004년 12월 처음 탄생한 휴보도 이제 나이가 만 13세다. 태어날 때보다 업그레이드가 많이 됐는지.
“지난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한 ‘재난대응로봇 경진대회’에서 휴보가 우승해 200만 달러의 상금을 탔다. 나사(미 항공우주국), MIT팀 등 세계 최고의 로봇개발팀 24곳이 참가한 대회에서 카이스트 휴보팀이 원전사고 같은 상황을 가정해 주어진 8개 과제를 완수해 선진국 출전팀을 모두 물리쳤다. 만점을 받은 팀이 3곳 나왔는데 우리 팀이 최단 시간(44분 28초)에 미션을 마쳐 우승했다.”
―휴보 수출도 많이 한다고 들었다.
“지난 2011년 로봇과 망원경 구동장비를 만드는 실험실 벤처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창업해 휴보도 수출하고 개인적 취미이기도 한 천체관측 장비도 판매하고 있다. 연구비가 사업으로 연결되지 못하면 연구비를 반환해야 해서 그 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창업한 것인데 휴보 6대를 240만 달러에 미국 드렉셀대에 교육연구용으로 수출한 것을 비롯해 구글, 나사 등에도 제품을 팔았다. 지난해 매출은 45억 원 정도였고, 올해는 5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공간이 좁아 내년에는 학교 밖으로 나가 단독 사옥을 마련할 예정이다. 내년 말쯤 국내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최근 투자회사에 보통주 14.5%를 100억 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회사 가치를 시장가치 기준으로 평가하면 700억 원 정도 된다.”
―로봇 산업의 전망은 밝은 편인가.
“시장에서 로봇 기술에 대한 기대치는 굉장히 높다. 마치 마징가 Z가 금방 나올 것 같은 기대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나 같은 엔지니어의 고민은 시장의 기대치를 낮춰서 현재의 기술과 만나게 하는 것이다. 1980년대까지는 자동차 공장 등의 산업용 로봇 등이 각광 받던 시대였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로봇이 생활 속에 들어오고 있다. 지능형 서비스 로봇시장이 커지고 있는 추세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성공한 로봇이 청소로봇이다. 청소로봇은 비실비실 해 보이고, 같은 곳만 왔다 갔다 하기도 하고, 센서도 고장 날 때가 많지만 사람들이 구입한다. 힘이 세지 않아 안전하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기능을 단순화했고, 심지어 귀엽기까지 하다. 앞으로 고령화 추세 속에서 노인을 돕는 서비스 로봇, 재활 보조 로봇, 교육과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서비스 로봇이 많이 등장할 것이다.”
―국방산업, 우주산업, 의료산업 등에서도 로봇의 쓰임새가 다양해지는 것 같다.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분야의 로봇제품은 부르는 게 값이다. 수술 로봇인 ‘다빈치 로봇’은 대당 300만 달러지만 여전히 잘 팔린다. 전립선 로봇 수술의 경우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수술비가 20배 이상 비싼데도 회복이 빠르고 예후가 좋아 환자들이 로봇 수술을 훨씬 선호하기 때문이다. 로봇은 장난감이나 우주용이나 모두 모터로 구성된 축으로 구동되는데 장난감의 축당 가격은 1만 원이지만 산업용은 1000만 원, 의료용은 1억 원, 군사용은 10억 원, 우주용은 100억 원에 가격이 형성된다. 군사용 로봇은 아직 미완성이고 허접하고 불편한 제품이지만 사람의 생명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대당 수백만 달러를 쓰는 것이다.”
―로봇이 사람의 역할을 대체해 나가면 결국 미래에는 인간이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분야는 한계가 있어 쓸데없는 기우라고 본다. 산업용 로봇이 1980년대 들어 자동차 공장에 도입됐을 당시 그런 우려가 있었지만 수십 년이 지난 현재도 수만 명의 근로자가 자동차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로봇이 뺏어갈 일은 이미 다 뺏어 갔다. 나머지는 로봇이 할 수 없는 일이다. 로봇은 주변과 상호작용을 못 하고 인지능력, 손끝의 감각이 없기 때문에 비정형화된 일은 하지 못한다. 로봇이 편의점에서 일한다고 보면 기술의 한계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10분의 1도 못한다. 반면 자동차 공장에서 로봇이 등장하면서 차량 품질이 엄청나게 올라간 것은 사실이다. 로봇이 조립하려면 모든 부품이 표준화돼야 하기 때문에 부품 제조 기술 발전을 굉장히 가속화시켰다.”
―교수님의 어린 시절이 궁금하다.
“어렸을 때부터 기계를 뜯어보고 조립하는 것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는 과학실에서 렌즈를 사다가 천체망원경을 조립하고 모터도 만들었고, 중·고교 시절에는 로켓부터 증기기관차까지 안 만들어 본 것이 없었다. 청계천 공구 상가를 뒤지며 온갖 부품을 사다가 방을 공작소로 만들고 대학도 기계공학과로 진학했다. 우주의 본질이 궁금해 천체 물리학자를 꿈꾸기도 했는데 지금도 20년간 천체 관측과 우주 사진 촬영을 취미로 하고 있다. 일식을 촬영하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직접 찍은 개기일식 사진이 나사가 선정한 ‘오늘의 천체 사진’에 선정되기도 했다. 비박을 하기 때문에 연구실 베란다 앞에 1인용 텐트를 쳐놓고 한겨울 야영 연습도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난해부터 정부 지원 연구 프로젝트로 5년간 150억 원이 투입되는 ‘고성능 휴머노이드 개발’ 연구를 맡아 수행 중이다. 한때 인간형 로봇 개발이 ‘과시형 연구’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이제는 정부 차원의 관심이 높아져 다행이다. 한국이 로봇 강국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재 로봇 핵심부품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 연구를 통해 유압장치, 유압 제어기, 밸브, 실린더, 전기 드라이버 등의 제조 원천기술을 확보해 국내 로봇산업의 ‘펀더멘털’을 튼튼히 하려고 한다. 내년이 퇴직인 만큼 후배들에게 휴보랩이 연속성을 갖고 이어질 수 있도록 노하우도 전수하고 길을 터주고 싶다. 퇴직 이후에는 세계에 내로라하는 로봇벤처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협동로봇, 의료로봇, 안내로봇, 엔터테인먼트 로봇 등을 만들어내고 싶다.”
대전 = 김창희 차장 (전국부) ch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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