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자호란을 끝낸 것은, "천연두(시두)"였다
*천연두=시두, 두창, 마마 등으로 불린다.
"병자호란을 끝낸 건 천연두였다"
박지훈 기자 입력 2019.02.21. 11:11
[책과 길] 병자호란, 홍타이지의 전쟁/구범진 지음/까치/403쪽/2만5000원
2017년 개봉한 영화 '남한산성'의 한 장면. 영화는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에서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진 조선 위정자들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남한산성’(2017)은 수작이었다. 김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이 작품은 병자호란 당시 조선의 위정자들이 벌인 허무한 말(言)의 전쟁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몇몇 평론가는 그해 연말 ‘올해의 영화’ 리스트를 공개하며 이 작품을 첫손에 꼽았다.
그런데 ‘남한산성’에 담긴 내용은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인 구범진(50)은 ‘병자호란, 홍타이지의 전쟁’에서 영화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영화는) 사실과는 영 거리가 먼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명품 사극의 자격을 갖추기에는 사실관계의 고증이 너무 부실했다” “고증의 부실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그렇다면 ‘진짜’ 병자호란은 어떤 전쟁이었을까. 왜 전쟁이 터졌던 것이며 조선의 패인은 무엇이었을까. 책에 담긴 내용을 개관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도록 하자.
병자호란의 ‘가짜 뉴스’를 파헤치다
책을 펴낸 출판사 까치의 박종만 대표는 지난달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나온 병자호란 책들과는 다를 것이다. 조선의 사료만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 아니다. 청의 자료를 분석했다. 어쩌면 학계에서 깜짝 놀랄 만한 책이 될 수도 있겠다.”
박 대표의 자신감처럼 최근 출간된 ‘병자호란, 홍타이지의 전쟁’에는 병자호란의 통설을 뒤집는 이야기가 한가득 담겨 있었다. 저자는 거듭 강조한다. 전쟁이 남긴 교훈을 찾기 위해 이 책을 쓴 게 아니라고. 자신은 “전쟁의 실상을 자세히 규명하고 싶을 따름”이라고.
독자에 따라서는 저자의 이런 태도가 의아하게 여겨질 것이다. 병자호란은 임진왜란과 더불어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전쟁이니까. 하지만 병자호란의 “미시 서사”는 그동안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었다. 학계에서는 병자호란 진상 규명에 소홀했다. 당시 조선의 위정자들을 상대로 단죄의 칼날을 휘두르는 데만 주력했다. 지금도 병자호란은 1636년 12월에 발발해 이듬해 1월 시시하게 끝난, 한국사 최대의 치욕으로만 끝없이 되새김 되고 있다.
그렇다면 ‘병자호란, 홍타이지의 전쟁’은 진상 규명에 얼마나 성공했을까. 일단 제목에 주목하자. 저자가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건 적군의 수장이자 청의 군주인 홍타이지다. 병자호란은 “홍타이지의, 홍타이지에 의한, 홍타이지를 위한 전쟁”이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즉, 이 책은 홍타이지의 시선에서 다시 쓴 병자호란사다. 홍타이지는 직접 군을 지휘하는 친정(親征)으로 전쟁에 임했다. 다른 장수를 대리인으로 내세우지 않았다. 그 이유를 살피자면 전쟁이 발발하기 8개월 전인 병자년 4월로 돌아가야 한다. 당시 청나라는 대국이 아니었다. 명나라도 건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홍타이지는 황제 즉위식인 칭제(秤帝) 의식을 치렀다. 칭제는 누가 보더라도 홍타이지의 과대망상이었다.
당시 홍타이지가 “천자(天子)의 자리”에 올랐다고 선포하면서 들이민 근거 중 하나는 10년 전 정묘호란으로 조선을 정복했다는 거였다. 하지만 행사에 참석한 조선 사신들은 홍타이지에게 세 번 무릎 꿇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린다는 삼궤구고두(三跪九叩頭)의 예를 거부했다. 홍타이지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황제가 되려면 조선부터 확실히 짓밟아야 했다.
“엄청난 공을 들여 준비했을 ‘황제 즉위식’이 ‘미완’에 그침으로써 발생한 ‘칭제’의 정당화라는 정치적 과제도 홍타이지 본인의 몫이었다. 병자호란은 ‘잉태’ 당초부터 다른 누구도 아닌 홍타이지 본인의 정치적 야망과 어젠다를 군사적 수단으로 달성하는 ‘홍타이지의 전쟁’이었다.”
청의 승전 비결은 얼마간 알려져 있다. 홍타이지는 조선이 강화도 파천을 통해 지구전에 돌입할 것이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다. 전쟁이 원정군에 불리한 지구전이 안 되려면 한달음에 서울까지 내달려 인조가 강화도로 도망치는 걸 막아야 했다. 요즘 말로 하자면, 홍타이지는 서울까지 가는 길에 진을 치고 있던 조선군을 ‘노룩 패스’했다. 그리고 이 전략은 적중했다.
저자는 이 같은 이야기를 조선과 청의 각종 사료를 바탕으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병자호란과 관련해 세상에 퍼져 있는 허위 사실을 바로잡은 대목이다.
대표적인 게 청의 병력 규모다. 학계에서는 그동안 청의 병력이 12만8000명이 넘었을 거라고 넘겨짚었는데 이건 사료적 근거가 없는 가짜 뉴스였다. 청의 동맹군인 외번몽고 병력까지 더해도 청의 병력은 3만4000명 수준이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청에 포로로 끌려간 사람, 즉 피로인(被擄人)이 50만~60만명에 달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엉터리다. 병자호란 무렵 청나라 인구는 130만~240만명 정도였다. 만약 조선인 50만명이 잡혀갔다면 조선인이 이후 청나라 최대 인구 집단이 됐을 수도 있다. 청은 50만명의 포로를 본국까지 끌고 갈 여력도,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던 조선에서 ‘포로 사냥’에 나설 이유도 없었다.
병자호란 당시 적군인 청의 수장이었던 홍타이지. 까치 제공
천연두가 전쟁을 끝내다
소설 ‘남한산성’은 결딴날 운명을 맞닥뜨린 조선의 상황을 이런 문구로 전하고 있다. “갈 수 없는 길과 가야 하는 길은 포개져 있었다. 죽어서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
멋진 문장이지만 당시 조선이 마주한 병자호란의 전황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었다. “살아서 죽을 것”이 예정돼 있었다. 남한산성으로 임금과 신하들을 몰아넣었으니 홍타이지는 느긋하게 시간만 흘려보내면 그만이었다. 남한산성의 식량은 늦어도 2월 20일이면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고사(枯死) 작전’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청의 승리는 명약관화했다.
그런데 당시 기록을 살피면 흥미로운 지점을 만나게 된다. 전쟁은 1월 17일 갑자기 협상 국면으로 바뀐다. 우리는 청이 이길 게 확실한 전쟁에서 왜 협상에 나섰던 건지 물어야 한다. 혹시 비축해둔 식량이 없어서였을까. 그건 아니었을 게다. 가을걷이가 끝난 조선인의 곳간을 약탈하는 것만으로도 청은 부족한 식량을 너끈하게 충당할 수 있었을 테니까.
‘병자호란, 홍타이지의 전쟁’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청이 태도를 바꾼 건 천연두 때문이었다. 당시 조선엔 천연두가 유행했다. 조선에 주둔하던 청군 진영에서도 천연두 환자가 발생했다. 홍타이지는 천연두에 극도의 공포심을 갖고 있었다.
한마디로 천연두에 쫓겨 종전을 서둘렀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토록 중요한 사실은 왜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을까. 가장 큰 이유는 이 같은 사실이 명시된 자료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청에서는 천연두를 “신의 뜻”이라고 여겼다. 만약 천연두가 청군 진영에 유행한 걸 기록으로 남긴다면 홍타이지로서는 모순적인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그는 줄곧 조선 침략이 신의 뜻을 받든 “의로운 전쟁”이라고 강조하곤 했다.
이 밖에도 이 책에는 병자호란 미스터리를 낱낱이 파헤친 이야기가 간단없이 이어진다. 저자의 화법 역시 재미를 배가시키는 요소다. 저자는 매 챕터마다 인상적인 질문을 던지고, 변죽을 울리며 독자를 감질나게 만든 뒤, 테트리스 게임을 하는 것처럼 논리의 벽돌을 쌓아 미스터리를 하나씩 각개격파한다. 어쩌면 병자호란을 다룬 세상의 모든 책은 이 책 이후 모두 수정돼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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