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토의 땅 알래스카 '폭염'…온난화가 온난화를 부른다
평소 여름이라면 양털 외투를 챙겼을 미국 알래스카 주민들이 올해는 선크림과 파라솔을 챙겨 휴가지로 떠났다. 앵커리지와 중남부의 기온은 이달 초까지 5주 동안 평년보다 높은 기온을 기록했고 이달 4일(이하 현지시각)에는 섭씨 32.3도를 기록했다.
알래스카 폭염은 알래스카와 우랄산맥에 거대한 기압능이 자리잡고 남쪽에서 서쪽으로 흘러가는 북반구 제트기류를 막아 발생했다. 평소 이 제트기류가 빠르게 일자로 흐르면서 북극의 차가운 공기와 중위도 따뜻한 공기 영역을 구분하는데 이 흐름이 느려지면서 고유 영역이 깨지고 있다. 마치 뱀이 구불구불 기어가듯이 대기흐름이 출렁이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로도 쑥 내려오고 중위도의 따뜻한 공기가 북극으로 성큼 올라가는 모습이다.
북극에서 대기 흐름에 문제가 생기는 게 궁극적으로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는 건 이미 오래 전 전문가들이 내놓은 분석이다. 북극과 남극은 지구가 안정적으로 평균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조절하는 핵심인데 이 장치가 온난화로 망가졌다는 설명이다.
극지의 얼음은 복사열을 반사해 지구 온도가 상승하지 않도록 막고, 동시에 흡수한 태양에너지를 지구 전역에 전달하는 해양 순환 역할을 한다. 열염분순환도 지구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현상이다. 적도의 바닷물이 온도가 높아지면 극지로 이동해 열을 식히고 온도가 식으면서 무거워진 바닷물은 북대서양에서 바다 아래로 내려가는 식이다. 가라앉은 물은 이동하면서 다시 비중이 가벼워져 떠오른다. 극지는 지구를 채운 바닷물이 끊임없이 움직이게 하며 생태계와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한다.
문제는 너무 많은 온실가스가 너무 빨리 늘어나면서 북극해를 덮고 있는 바다 얼음(해빙)이 녹아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햇빛을 반사할 수 있는 영역이 줄어들어 더 많은 태양에너지가 북극을 달구고 그러면 더 많은 해빙이 더 빨리 녹아 기온이 빠르게 올라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북극 기온이 올라가면 해양순환은 물론 대기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기압 변화를 유발해 상층의 제트기류가 약해지는 것이다. 폭염과 혹한 등 극단적인 기후 현상은 결국 지구온난화로 발생한다.
이 폭염과 혹한은 인간이 견디기 힘든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달 4일 미국 온라인 경제 매체 인사이더는 인도를 강타한 극심한 폭염 실태를 보도했다. 인도의 일부 지역의 기온은 지난달 이미 섭씨 50도를 넘었다. 인도 기상청이 '심각한 폭염'으로 분류하는 기준보다 섭씨 3도가 높은 수치다. 미국 CNN방송은 지난달 수도 뉴델리를 포함한 델리의 기온이 섭씨 48도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폭염으로 인해 인도에서 벌써 1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인도 동부의 비하르 주는 대피 목적으로 학교를 폐쇄했다.
인사이더에 따르면, 2017년 미국메사추세츠공과대학 연구팀은 '인도의 일부 지역은 너무 더워서 21세기 말까지 인간이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2100년까지 10억 명 이상의 인구 가운데 70%가 극도의 더위와 습도에 시달릴 수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아예 사람이 살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에도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15억 명 이상이 피해를 당하고 동시에 식량 생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2003년 기록적인 폭염으로 1만 5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던 유럽도 때이른 더위에 긴장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프랑스 남부 몽펠리에 지역은 섭씨 45.9도를 기록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등도 섭씨 40도를 웃도는 더위에 폭염 경보를 발령했다.
현재의 더위보다 더 두려운 건 앞으로 상황이 더욱 빠르게 나빠진다는 점이다. 온난화로 극지의 얼음이 녹으면서 얼어있던 땅(동토·연중 기온 섭씨 0도 이하)에 갇혀있던 메탄가스가 분출하면 걷잡을 수 없는 온난화로 치닫게 된다. 메탄가스는 고생대 동물 사체가 부패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이산화탄소 보다 20배 이상의 강력한 온실 효과를 보인다. 온난화 시한폭탄인 셈이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대기의 탄소보다 더 많은 탄소를 보유하는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지구 스스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상태가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고위도 온도가 올라가면 동토가 녹아 탄소를 배출하면서 지구를 스스로 뜨겁게 데울 수 있다"며, "찜통지구로 빠지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적인 기온 변화는 1만 년에 약 섭씨 5도 상승에 불과했지만 인간활동에 의한 기온변화로 인해 10년 만에 약 섭씨 1도가 올랐다고 꼬집었다.
한편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알래스카대 페어뱅크스캠퍼스 연구팀은 북극 영구동토층이 예상보다 70년이나 빨리 녹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연구팀은 사람이 사는 곳에서 300km 떨어진 영구동토층을 답사하는 과정에서 토빙이 녹아 물이 고인 연못을 발견했고 풀과 나무가 무성한 곳도 목격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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