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타임캡슐 '빙하코어'의 비밀
빙하코어를 분석해 보면 지구의 역사를 알 수가 있는데, 중요한 것은 빙하기가 있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이것은 지구 역사 더 나아가서 우주 역사에 커다란 시간적인 순환의 주기가 있었다는 것을 또한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빙하코어 연구분석의 결론: 빙하기가 약 10만년의 주기로 계속된다.
이것은 바로 '우주1년'이라는 커다란 시간적 순환 주기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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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지구의 타임캡슐 '빙하코어'의 비밀
김종화 입력 2019.12.12. 06:30 수정 2019.12.12. 13:13
빙하코어 시추 작업을 준비하고 있는 과학자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지구의 역사에 빙하기가 있었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요? 인류가 역사를 기록으로 남긴 것은 오래지 않았습니다. 역사가 기록되기 이전에 지구에서 일어났던 기후와 바다의 상태 등을 과학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알아낸 것일까요?
오랜 세월 땅속에 묻혀 있었던 화석만으로는 오랜 과거의 기후와 바다에 대한 정보까지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과거의 기후와 바다에 대한 정보 만큼은 '빙하코어(ice cores)'가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궁금했던 오래 전 지구비밀의 대다수는 빙하코어를 통해 밝혀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극이나 북극이 배경이 된 영화의 줄거리는 대체로 주인공이 조난이나 사고를 당했다가 극한 상황을 이겨내는 내용입니다. 또 극지 탐사대의 일상을 소개하는 TV 다큐멘터리도 자주 방영됩니다.
영화의 뻔한 줄거리, 다큐멘터리의 예상 가능한 영상 속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빙하코어를 얻기위해 시추 작업을 하는 과학자들의 모습입니다. 보통은 주인공이 그 작업을 주도하는 과학자이거나, 돕는 인물로 등장하지요. 극지연구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바로 빙하코어를 뽑아내는 시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빙하코어는 빙하에 길게 구멍을 뚫어 캐낸 긴 원통 모양의 얼음기둥입니다. 극지의 빙하는 해마다 내린 눈이 겹겹이 쌓이면서 만들어집니다. 한여름에도 영하의 기온인 남극의 경우 눈이 녹지 않고 계속 쌓이고, 먼저 쌓였던 아래쪽 눈은 압력과 밀도가 증가되면서 차츰 단단해져 60~100m 깊이에 도달하면 딱딱한 얼음이 됩니다.
이러한 과정이 수십년 이상 되풀이되면 얼음층이 만들어져 가장 깊은 곳에는 과거에 쌓였던 눈이, 가장 얕은 곳에는 최근의 눈이 자리잡아 빙하를 구성하게 됩니다.
?과학자들은 얼음에 갇힌 공기방울에 주목합니다. 얼음 속에는 눈이 내릴 당시의 공기가 보존돼 있지요. 빙하의 가장 아래쪽에는 아주 오래된 과거의 공기가, 가장 위쪽에는 최근의 공기가 들어있는 것입니다.
이 공기방울에 포함된 대기 화학성분의 농도를 분석하면 과거 대기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지요. 과거의 기후 정보가 빙하코어 속에 고스란히 저장돼 특정 시간대별로 다양한 기후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합니다.
빙하코어를 분석하면 100만 년 이전의 기후 정보까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기후변화 연구에 빙하코어가 없어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빙하코어를 이용한 연구는 1950년대부터 시작됐고, 우리나라는 1990년대 말부터 빙하코어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캐낸 빙하코어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얼음은 2004년 유럽 10개국이 공동으로 남극에서 캐낸 3270m 빙하에 있는 74만 년 전의 얼음입니다. 빙하코어 연구를 통해 약 50만 년 전부터 지구에 빙하기가 여러 번 찾아왔음을 알아냈습니다.
빙하기에서 간빙기, 다시 빙하기가 되는 과정은 약 10만 년 정도 주기로 계속됐으며, 간빙기의 기온이 최고로 오른 직후부터 기온은 내려가서 다시 빙하기가 됩니다.
마지막 빙하기는 만 8000년 전에 끝났고, 그 후 기온이 높아지다 최고로 오른 후 다시 내려가는 간빙기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도 빙하코어 연구를 통해 밝혀냅니다.
지구의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 농도 변화도 빙하코어 속 공기 분석으로 알아냅니다.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250년 전보다 약 30%가 높아졌고, 메탄가스의 농도는 170%가 늘어났습니다. 250년 전인 1750년 무렵부터 유럽에 산업혁명이 시작돼 공장에서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를 본격적으로 내뿜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어떤 빙하코어에서는 검정 띠가 규칙적으로 그려져 있는데, 이는 화산재의 흔적으로 화산이 어디에서, 언제, 어떤 이유로 폭발했으며, 어떻게 화산재가 퍼졌는지 등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빙하코어 속에 든 성분을 통해 우주에서 몇만 년 전에 폭발한 별의 증거를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1991년 러시아 과학자들은 3만5000년 전에 만들어진 빙하코어가 다른 빙하코어에 비해 베릴륨(Be) 10의 양이 2배 많다는 것에 주목, 지구로부터 150광년 떨어진 초신성이 폭발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초신성이 폭발하면 지구에 쏟아지는 방사선의 양이 확연하게 증가하는데, 이 방사선이 극지방의 대기권으로 들어와 질소와 산소 분자를 파괴해 베릴륨 10을 만들고, 이 베릴륨 10이 눈과 함께 내려 빙하가 된 것입니다.
빙하코어를 분석하면 해마다 지구에 얼마나 많은 유성이 떨어지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빙하코어 속 이리듐과 백금 성분이 포함돼 있는데, 이리듐과 백금은 지구에는 거의 없고, 우주에서 오는 유성에 많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은 빙하코어를 지구의 과거를 품은 타임캡슐이라고 일컫습니다. 또, 과거를 알려주는 나침반이라고도 합니다. 과학기술이 더 발전하면 3270m보다 더 깊은 곳의 빙하코어도 시추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알려지지 않은 지구의 비밀이 더 밝혀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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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이야기]빙하와 나이테는 모두 알고 있다
[동아일보]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독일 에르푸르트대의 법대생이던 마르틴 루터는 1505년 7월 2일 고향집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천둥번개를 만나 두려워 떨며 신부가 되기로 하느님께 약속했다.
루터는 자신의 서원(誓願)을 지키기 위해 보름 뒤 에르푸르트에 있는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에 입회하여 가톨릭 신부가 되었고 그 후 종교개혁의 창시자로 알려졌다.
천둥소리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알아들었던 루터와는 달리 같은 수도원의 열두 살 많은 선배였던 킬리안 라이프는 비와 바람과 햇살의 변화 속에서 조용히 하느님의 말씀을 찾아가는 구도자였다.
라이프는 15년간의 날씨일기를 꼼꼼히 작성하여 이를 바탕으로 그동안 전승되어 오던 날씨 예측에 관한 속설들이 대부분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체계적으로 축적된 날씨 기록들은 잘못된 속설이나 오류를 바로잡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날씨를 예측하는 손쉬운 방법으로 이용되었다.
이는 날씨 변화에 모종의 패턴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인데, 과거 날씨 기록들에서 주기(週期)라도 발견된다면 예측에 큰 설명력을 얻게 된다.
독일의 기후학자 브뤼크너는 카스피해, 흑해 등의 수위와 강수량 기록을 분석하여 기후의 35년 주기설을 1890년에 발표했다. 사람들은 브뤼크너 주기가 11년 주기의 태양 흑점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했지만 그 원인을 밝히지는 못했다.
과거 기록에 의존하지 않고 과학적 추론에 의해 주기를 찾아낸 사람은 세르비아의 밀루틴 밀란코비치이다. 그는 지구 공전 궤도의 변화, 자전축 기울기의 변화, 지구가 자전할 때 팽이처럼 요동치는 세차운동 등이 기후 변화의 주기를 결정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는 ‘밀란코비치 주기’로 불리는데 그의 주장은 생전에 빛을 보지 못했다.
그의 주기는 수만 년을 단위로 나타나는 것이기에 이를 입증하려면 그에 해당하는 날씨기록이 있어야 하는데 애당초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덴마크의 지구물리학자 빌리 단스고르가 개발한 빙심(Ice Core) 시추기술 덕분에 과거의 지구 온도와 대기 정보를 알 수 있게 되면서 밀란코비치 주기는 빛을 보게 된다. 지금까지 시추된 빙심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2004년 남극 3270m 깊이에서 채취된 얼음 기둥인데 여기에는 약 80만 년 동안의 날씨 기록이 담겨 있었다. 밀란코비치가 계산했던 10만 년 주기의 기후 변화가 이 얼음 기둥에 일곱 번 나타나 있었는데 이로써 밀란코비치 주기는 정확한 것으로 인정됐다. 오랜 기간 축적되어온 날씨 기록은 이처럼 날씨 예측의 참과 거짓을 걸러주는 심판자 역할을 한다.
비록 문자로 기록되지는 않지만 빙하, 암석, 산호와 바다 퇴적물, 나무의 나이테 등은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몸에 날씨를 기록하면서 진실을 축적해가고 있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지난여름의 폭염은 우리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고 있지만 2018년 여름은 지구온난화의 분명한 표징을 드러낸 해였음이 지구 아카이브에 또렷이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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