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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노트] 한강 ‘빛과 실’과 ‘무스비’

by 태을핵랑 2026.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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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노트] 한강 ‘빛과 실’과 ‘무스비’

[문화칼럼] 한강 ‘빛과 실’과 ‘무스비’

-황금독서클럽 황금노트 중에서-

한강 ‘빛과 실’과 ‘무스비’

- 실로 연결된 작가 한강과 <너의 이름은>-

 

                  

소설가 한강이 스웨덴 한림원에서 진행한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에서 자신이 여덟 살 때 썼던 시의 내용을 공개하며 그의 작품 세계를 회고했어요.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한 한강의 강연은 온라인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죠. 

‘빛과 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강연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과 연결지어 풀어보려고 해요.

 

                     <빛과 실>,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한강 | 문학과지성사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사랑이란 무얼까?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

  

작가는 8살 때 지은 두 행짜리 시로  강연을 시작해요. 자신의 모든 작품은 이 시와 연결되어 있다고요.

작가가 끝없이 고민하며 질문했던 사랑은 가슴속에 있고, 그 사랑의 정체는 ‘가슴과 가슴을 연결해주는 금실’이라고 정의했어요.

작가의 인생은 이 시를 지은 8살에 결정되어 있었던 게 아닐까요. 마치 운명처럼 고통과 아름다움이라는 두 얼굴을 가진 이 세상의 현실 속에서 사랑을 찾아, 사람들을 이어주는 연결을 찾아 필사적으로 글쓰기를 해낸 것이죠. 

                   <빛과 실>,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한강 | 문학과지성사

                            

금실의 의미   

"그 여덟 살 아이가 사용한 단어 몇 개가 지금의 나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뛰는 가슴 속 내 심장.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 그걸 잇는 금(金)실- 빛을 내는 실" - 한강 강연 中

                       

'금실'의 사전적 의미는 1) 금으로 이루어진 실, 2) 금슬의 동의어로 금(琴,거문고 금)과 슬(瑟,비파 슬)이라는 악기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에요. 여기서 부부 간의 사이가 좋다는 뜻이 파생됐다고 해요. 빛나는 실의 의미와 짝이 되는 악기처럼 사이좋은 부부 사이를 의미하는 말이라 하죠.

 

강연의 영어제목은 <Light and Thread>​예요.

우리들 가슴과 가슴 사이를 잇는 빛을 내는 실이란 표현이 가슴에 확 와닿아요. 모든 것이 연결된 현대 문명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매체는 바로 SNS죠. 저커버그의 메타에서 운영하는 텍스트 중심 SNS로 스레드(Threads)가 있어요. 글을 실처럼 이어 전세계 유저들을 연결한다는 의미예요.

      

한강 작가는 “언어는 우리를 서로 연결시킨다. 이런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체온’을 품고 있다. 그리고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맞서는 행위이기도 하다”고 말했어요.

 

그는 이어서 “가장 어두운 밤에도 언어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묻고, 언어는 이 행성에 사는 사람의 관점에서 상상하기를 고집하며, 언어는 우리를 서로 연결한다”고 강조했어요. 이어서 “언어의 실타래를 따라 다른 이의 마음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고, 또 다른 내면과 마주하면서, 내 가장 절박하고 중요한 질문들을 그 실타래에 실어 보내곤 했다”고 말해, 문학이 서로를 연결하는 다리임을 시사했어요.

 

"언어는 우리를 서로 연결시킨다.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맞서는 행위이기도 하다."

 

실과 우주          

"필멸하는 존재로서 따뜻한 피가 흐르는 몸을 가진 내가 느끼는 그 생생한 감각들을 전류처럼 문장들에 불어넣으려 하고, 그 전류가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때면 놀라고 감동한다.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것을, 생명의 빛과 전류가 흐르는 그 실에 나의 질문들이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에. 그 실에 연결되어주었고, 연결되어줄 모든 분들에게 마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 한강 강연 中

 

한강 작가는 "문학은 우리를 잇는 금실이며, 생명의 빛과 전류가 흐르는 실"이라고 강조하며, 문학이 독자와의 연결을 통해 생명력을 얻는다고 밝혔어요. 

 

어떤 대상이 상징으로써 의미를 부여받기 위해서는 역사문화적인 공동의 기억이 있어야 해요. 그런 의미에서 이제 ‘빛과 실’에 대한 역사의 기록을 찾아볼게요.         

배달국 말기부터 비단이 생산된 것을 증명하는 고고학 자료들이 여럿 발굴되었는데, 이것은 초대 단군왕검께서 하백의 딸을 황후로 맞이하여 누에치기를 관장하게 하였다는 『환단고기』의 기록을 뒷받침해요. 

 

고대 복식사를 연구하는 박선희 교수는 ‘홍산문화 유물에 옥잠玉蠶(옥누에)이 나오는 것을 보면, 한국의 직조 기술이 중국보다 앞섰다’라고 밝혔어요. 실크를 중국보다 우리가 앞서서 생산했고, 그 종류도 고조선이 더 많았다는 거죠. ‘실크 로드Silk Road’ 즉 비단길은 동방에서 서방으로 간 대표적 상품이 비단이었던 데에서 유래한 말이기도 해요. 

 

"실크로드는 ‘실꾸리의 길’이다. 그런데 ‘꾸리’란 쿠리, 구리, 고리, 즉 (발을) 감아올려서 빛이 (안으로) 들어오도록 한다納는 순우리말이며, 동이족인 구리 및 구려를 뜻하는 단어이다. 그래서 고대로부터 우리는 온누리 빛나는 세상의 평화를 추구하는 민족이었다." - 실크로드 다시보기』- 나영주 외 7인

 

실크로드 다시보기에는 실크로드의 기원이 최초의 누에치기로 비단을 만들어낸 고대 한국에 있고, 실크도 실꾸리를 뜻하며 ‘빛이 들어오도록한다'는 뜻이라고 해설해요. 한강 작가가 말한 빛실, 금실과 정확하게 연결되는 실문화의 근원이 되는 셈이죠. 

 

베를 짤 때 세로실인 날줄을 經(경)이라고 하는데 실을 뜻하는 부분과 베틀을 형상화한 부분이 합쳐졌어요. 

가로실인 씨줄을 한자로는 緯(위)라고 하며 역시 실 사변이 있어요.

지도에 있는 경도와 위도 개념도 베틀과 똑같아서 경도는 세로줄, 위도는 가로줄에 해당해요.

사건의 자초지종을 캐물을 때 ‘경위를 밝히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때의 ‘경위’ 역시 날줄과 씨줄에 해당하는 한자를 쓰죠. 

 

석가모니와 선지자들의 깨달음을 기록해둔 성스러운 문헌들을 산스크리트어로는 수트라(सूत्र,sutra)라고 하는데 한자로는 ‘경經’이라고 옮겨졌어요. ‘수트라’가 원래 옷감을 짤 때 재료가 되는 실이나 끈을 의미하므로 이를 날줄을 의미하는 ‘경經’으로 옮긴 것은 매우 절묘한 번역이에요. 성인들의 말씀을 언어로 담은 경은 그 자체가 실의 뜻을 가지고 있는 셈인거죠.

 

"『작별하지 않는다 소설을 쓰는 동안 사용했던 몇 권의 공책들에 나는 이런 메모를 했다. 생명은 살고자 한다. 생명은 따뜻하다. 죽는다는 건 차가워지는 것. 얼굴에 쌓인 눈이 녹지 않는 것. 죽인다는 것은 차갑게 만드는 것. 역사 속에서의 인간과 우주 속에서의 인간. 바람과 해류. 전 세계를 잇는 물과 바람의 순환.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연결되어 있다, 부디." - 한강 강연 中

 

한강 작가는 ‘역사 속에서의 인간, 우주 속에서의 인간’이란 표현에서 생명이 죽는다는 것이 그냥 하나의 생명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 역사 속에서 살아있고, 우주 속에서 그 존재를 각인한다는 의미를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는 그렇게 스러져간 모든 인간은 모두를 잇는 순환 속에서 연결되어 있다고 해요. 

인간을 역사 속에서 우주 속에서의 인간으로 볼 때, 인간 존재의 전체를 볼 수 있을 거예요. 

 

인도신화에 인다라망因陀羅網은 산스크리트로 인드라얄라indrjala, 즉 인드라의 그물이라는 뜻이에요.

고대 인도신화에 따르면 그물코마다 달린 투명구슬에는 우주삼라만상이 휘황찬란하게 투영되요.

투명구슬은 서로에 빛들에 반사되고 투영되고 있기에 서로가 서로에 의지하여 빛나죠.

서로는 서로의 존재들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들이 되는 거예요.

투영된 모습은 연쇄작용을 일으켜 모든 구슬과 이어져 있으며, 모든 것에 이어져 있기에 하나가 빛남으로써 하늘은 수많은 그물의 빛으로 빛나게 되요.

인드라망은 거미줄처럼 서로 얽혀 있는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모든 구성체들이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의미해요. 

 

너의 이름은》의 '무스비'

일본 최고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인정받는 신카이 마코토의 《너의 이름은 》은(2017년 작)은 서로를 잇는 실을 모티브로 한다는 점에서 한강 작가의 강연과 결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어요.

 

《너의 이름은 》은 도쿄에 살고 있는 남자아이 타키와 시골에 살고 있는 여자아이 미츠하가 어느 날부터 서로 몸이 바뀌기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에요. 이들은 일정시간 몸이 바뀌었다가 다시 자기 몸으로 돌아오길 반복하는데 타키가 미츠하의 시골마을을 찾아갔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요.

단지 두 사람의 몸이 바뀌었던 것만이 아니라, 3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고 있었던 거죠.

미츠하 입장에서는 3년 뒤의 타키 몸으로 뒤바뀌는 것이고, 타키 입장에서는 3년 전의 미츠하의 몸으로 바뀌는 거였어요.

 

이 3년이란 간극 사이에 미츠하가 사는 시골마을 이토모리는 1,200년 주기로 돌아오는 혜성의 한 조각이 운석으로 낙하해 마을 전체와 사람들이 모두 죽는 사건이 있었어요. 3년의 시간 차를 넘어 이어진 두 사람의 ‘인연의 실’이 재난을 되돌려놓게 해준다는 이야기인데, 여기에 ‘무스비’라는 단어가 등장해요.

 

<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 (2017년)

 

무스비結び는 (끝)맺음, 매듭, 연결을 뜻하는 일본어에요. '매듭짓다', '맺다'라는 뜻의 동사 '結むすぶ(무스부)'의 명사 파생형이죠. 약속이나 계약 등을 맺을 때 이 단어를 써요. 집안 대대로 신녀 일을 했던 미츠하의 할머니는 이렇게 말해요.

"옛날엔 땅의 수호신을 말했단다. 이 단어엔 깊은 의미가 있지. 실을 잇는 것도 무스비. 사람을 잇는 것도 무스비. 시간이 흐르는 것도 무스비, 모두 신의 영역이야. 우리가 만드는 매듭끈도 신의 능력, 시간의 흐름을 형상화한 거란다. 한데 모여들고 형태를 만들고 꼬이고 엉키고 때로는 돌아오고, 끊어지고 다시 이어지고 그것이 무스비, 그것이 시간이지. 물이건 쌀이건 술이건 사람 몸에 들어간 것이 영혼과 이어지는 것도 무스비. 그래서 오늘 올리는 제사는 신과 인간을 잇는 소중한 전통이란다." - 미츠하의 할머니 대사 中

 

《너의 이름은 》에서 미츠하의 동생 요츠하가 할머니에게 무스비는 주먹밥이 아니냐고 물어요.

그러자 할머니는 "농부가 쌀을 재배하면 내가 그 쌀로 주먹밥을 만들고, 그 주먹밥을 네가 먹으면, 농부와 나와 너, 그리고 농부와 땅, 물, 태양이 한데 묶이니 그렇게 주먹밥을 통해 묶인 것이 바로 무스비이며 그 무스비가 바로 신이다."라고 설명해요.

이 작은 쌀 한톨에도 하늘과 인간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할머니는 자애로운 마음으로 이야기해 준답니다.

 

한편 몸이 바뀌는 일이 계속되자 미츠하는 도쿄로 타키를 만나러 가는데요. 이 때 두 사람을 잇게 해준 ‘실’이 등장해요.

3년 후의 시간을 살아가는 미츠하는 당연히 한눈에 타키를 알아보지만, 3년 전의 시간을 살아가는 타키는 미츠하를 알 수가 없었죠. 안타까워하던 미츠하는 지하철에서 사람들에게 떠밀리면서도 자신의 머리끈을 풀어 타키에게 던져요. 이렇게 맞잡은 순간, 서로가 연결된 것이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천재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구나, 감탄을 자아내는 장면이에요. 이 장면은 현대과학의 끈이론과 양자얽힘으로 풀어낼 수 있는 너무 좋은 설정이거든요. 자, 이번엔 현대물리학의 최전선에 있는 양자물리학으로 ‘빛과 실’을 살펴볼게요.

 

끈이론

끈 이론은 우주를 이루는 가장 근본적인 소립자들이 ‘점’이 아니라 진동하는 1차원 ‘끈(String)’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해요. 영화 속에서 미츠하의 붉은 머리 끈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두 주인공 미츠하와 타키를 연결하는 중요한 상징으로 등장해요. 

 

팬들 중엔 이 장면을 끈이론을 해석한 사람들이 정말 많았어요. 두 인물이 다른 시간축(3년의 시차)을 두고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이것을 끈이론으로 해석하자면, 붉은 실이 시공간의 고차원적 구조 속을 관통해 두 사람의 영혼을 다른 좌표계에서 ‘공명’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죠.

 

양자 얽힘 두 개의 입자가 원거리에서 서로 상태를 공유하여, 한 쪽을 관측하면 다른 쪽의 상태가 즉각적으로 결정되는 현상이에요. 관측자가 어디에 있든, 한 입자의 상태 변화가 다른 입자에도 순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비국소성(non-locality)’이 양자 얽힘의 핵심이고요. 영화에서 미츠하와 타키는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살아가면서도, 영혼이 각자의 몸에 들어가 상대방의 일상을 경험하는데 일종의 ‘정보 교류’를 이뤄요. 

 

영화 초반부 미츠하와 타키가 뒤바뀌는 걸 알게 된, 미츠하의 친구 ‘텐시’는 과학 잡지를 꺼내 "에베렛 해석에 근거한 평행 우주에 무의식이 접속한 것일지도!" 라고 말해요. 이 대사는 그저 뚱딴지같은 소리가 아니라 실제로 제기되었던 물리학 이론에 근거한 대사예요.                  

 

《너의 이름은 》에서 가장 중요한 복선은 '끈 : 무스비'입니다. 관계를 뜻하는 인연 연(緣) 자는 그 부수가 실 사(絲) 자로서, 실과 인연이 연관되어 만들어진 문자예요. 《너의 이름은 》을 아직 보지 못한 분들께는 너무 중요한 장면을 알려드리는 스포일러가 되겠네요. 그렇지만, 이 장면부터는 꼭 유심히 봐주시면 좋겠어요.  '무스비'에 담긴 복선을 너무나 근사하게 표현하는 결정적 장면들이 펼쳐지거든요.

                        

타키는 지하철에서 스쳐지나간 미츠하가 건네준 머리끈을 손목에 감고 3년전에 사라진 마을의 흔적을 더듬어 찾아갑니다. 마침내 미츠하가 신녀로 제사를 올리던 신사를 찾아내요. 거기서 미츠하가 밥알을 직접 씹고 뱉어서 발효시킨 술인 무녀입술(쿠치카미자케)’을 마십니다.

                

그 순간! 타키는 미츠하의 기억과 연결됩니다.

                 

신사의 천장에 혜성이 새겨져 있고 혜성은 둘로 갈라지는데, 갈라진 혜성의 두 궤도가 두 개의 끈(線)처럼 표현되고, 마치 용처럼 흘러서(線) 미츠하의 어머니 뱃속에 착상되고 탯줄(線)을 끊으면서 아기로 태어나는 장면이 빠르게 교차해요. 그 모든 것이 타키가 손목에 감고 있었던, 미츠하의 머리 끈(線)으로 연결되요. 본래 하나였던 우리가 서로 갈라져 다른 시공간에 살아가지만, 결코 끊어지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있는, 인연의 끈을 떠올리게 되는, 긴 여운이 남는 장면이랍니다.                    

 

'매듭'지으며...

                 

한강 작가는 이를 '빛의 실', '금실'이라 불렀어요. 가슴과 가슴을 이어주는 빛나는 실. 문학이 우리를 잇는 금실. 자신이 세상에 사랑을 전하기 위해 언어의 실타래를 보냈다고 했습니다.

이 글에서 우리는 실이 단순한 은유가 아님을 살펴 보았습니다. 고대 한국의 실꾸리는 "빛이 들어오도록 한다"는 뜻을 담고 있었고, 성스러운 경전을 뜻하는 수트라(sutra)는 원래 "실"을 의미했다는 것, 인드라망의 투명구슬들이 서로의 빛을 반사하며 하나로 연결되어 있듯, 현대 물리학의 끈이론은 우주가 진동하는 끈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증명해 나가고 있다고...

 

우리네 선조님들은 인간의 생사 또한 실로 표현했어요. 태어날 때는 탯줄을 끊으면서 시작되고, 죽을 때는 혼줄이 끊어지며 천상으로 올라갑니다. 한강 작가의 "역사 속에서의 인간, 우주 속에서의 인간"이란 표현에서,  우리는 그냥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실로 서로 연결되어 있고, 역사를 관통하는 실로 과거와 미래와 이어져 있으며, 우주적 질서 안에서 빛실로 연결된 존재들임을 떠올립니다.

        

한강의 금실, 신카이 마코토의 무스비, 인드라망의 빛나는 그물, 끈이론의 진동... 시대와 문화를 넘어 인류는 같은 진리를 다른 언어로 포착해왔습니다. 우주의 근본 원리가 '연결'이라는 것을. 그 연결이 사랑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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