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존재 증거... 임사체험 과학적 분석
[세계는 지금] 영혼의 증거 vs 뇌의 오작동… 임사체험, 과학으로 파헤치다
한국일보 김현우 기자 /등록 2015.04.01. 15:40/ 수정 2015.04.03 07:25
응급실 심장마비 환자 대상 실험… 생환 330명 중 9명이 임사체험 증언.
뇌사 상태 쥐 관찰, 경련에 가까운 엄청난 뇌 활동량… "뇌 오작동이 만든 이례적 현상" 분석.
병원 수술실에서 한 환자가 육체적 죽음 상태에 직면할 때 발생하는 임사체험 중 몸에서 의식이 빠져나가는 유체이탈 현상을 표현한 그래픽. 데일리 메일 제공
미국에서 최근 육체적 죽음 상태에 이르렀던 사람이 사후세계 방문이나 유체이탈 등을 경험하는 이른바 ‘임사체험’(Near-Death Exprerience)을 다룬 영화와 소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천국에 다녀온 소년’(Heaven is for Real)은 지난해 미국 전역에서 개봉해 관객 약 9,100만 명을 불러모으는 흥행돌풍을 일으켰고, 세계적인 뇌의학 권위자이자 신경외과 전문의인 이븐 알렉산더의 저서 ‘나는 천국을 보았다’(Proof of Heaven)나 정형외과 전문의인 메리 닐의 저서 ‘외과의사가 다녀온 천국’(To Heaven and Back) 등도 2년 가까이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서 임사체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현상은 역설적이게도 첨단 의학기술의 발달과 맞물려있다. 심장이 정지하거나 호흡이 끊긴 환자들이 이제는 병원에서 받는 응급 수술로 살아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임사체험을 경험한 사람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유체이탈이나 사후세계 방문, 어두운 터널을 통과해 눈 부실 정도의 밝은 빛을 본다거나 죽은 친족과의 만남, 신과의 조우 등을 임사체험 경험으로 고백하고 있다.
대중의 관심이 커지자 미 의학계도 최근 임사체험의 진실을 과학적 접근을 통해 파헤쳐보려 시도하고 있다. 미국 시사월간지 애틀랜틱은 2일“의학계는 사후세계는 미신으로 임사체험은 환각으로 치부해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무시할 수만은 없는 의학적 영역이 됐다”면서 “초능력과 유령 등 초자연적 현상 중 임사체험이 유일하게 의학계가 과학적으로 풀어보려고 시도하고 있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미 의학계 유체이탈 관련 증거 수집 중
미 뉴욕 주립대 정신의학자인 샘 파니아 박사는 지난 4년 동안 영국과 호주 등에 있는 15개 대형 병원들과 공동으로 대규모 실험을 벌였다.
임사체험이 환각이 아닌 실제적인 의식 작용임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파니아 박사가 주목한 것은 임사체험에서 나타나는 현상 중 유체이탈이었다.
신과의 조우, 사후세계 방문 등 다른 임사체험 현상과 달리 유체이탈은 객관적 실험장치를 통한 연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의식이 육체에서 분리되는 유체이탈이 가능하다면 영혼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파니아 박사는 15개 병원의 협조를 얻어 생명이 위독한 환자가 실려오는 수술실 선반 곳곳에 100여 개의 사진들을 놓아두었는데 이 사진들은 환자가 유체이탈로 허공에 떠서 수술실을 바라보았을 때만 볼 수 있게끔 장치했다.
파니아 박사는 이후 병원의 수술실로 실려온 심장마비 환자 2,060명을 추적 조사했다. 심장마비의 경우 호흡과 맥박이 정지되고 외부의 시각과 청각 등을 감지하는 뇌 전기신호도 사라지는 등 완벽한 죽음상태와 가깝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아주 흥미로운 사실이 도출했다. 2,060명 중 330명이 심장마비를 겪고도 살아났는데 이들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9명이 사후세계를 경험하거나 유체이탈을 한 임사체험을 했다고 증언한 것이다.
특히 이중 57세 남성의 유체이탈 경험담은 상당한 신빙성이 있음이 드러났다.
수술 과정이 표시된 의학 차트를 분석한 결과 그가 심장마비를 경험한 시간은 단 3분이었는데, 그 시간 동안 수술실에서 벌어졌던 상황과 그가 유체이탈 동안 목격한 장면이 일치했던 것이다. 또한 그는 허공에 떠서만 볼 수 있는 수술실 선반 위의 사진들 몇 개를 설명하기도 했다.
파니아 박사는 “이번 실험은 의식이 육체를 벗어나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보인 것”이라면서 “물질주의자들은 의식은 육체의 산물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유체이탈을 통해 영혼의 존재가 입증되면 앞으로 사후세계에 대한 실마리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사체험은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과거 의학계에 임상사례로써 여러 번 보고돼왔다. 18세기 프랑스 군 의무관의 보고서에서 임사체험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했고, 본격적인 연구는 1975년 정신의학자인 레이몬드 무디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레이몬드는 임사체험자 50여명의 인터뷰 내용을 묶어 출간한 저서 ‘삶 이후의 생’(Life after life’)을 통해 정신의학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뇌 기능이 완전히 정지한 상태에서 환자가 의식적 활동인 임사체험을 한다는 것 자체가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밖에는 당시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특히 1991년 싱어송라이터인 팜 레이놀즈의 경험은 임사체험 연구에 일대 전환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레이놀즈는 당시 동맥 제거 수술을 위해 체온을 15도까지 냉각시키는 저체온 요법을 받았다.
동맥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냉각을 통해 몸 안의 혈류 흐름을 느리게 해야 했기 때문인데, 이는 뇌사 상태와 비슷하다. 하지만 레이놀드는 의식이 없는 동안 일어났던 자신의 유체이탈 경험을 통해 당시 의사들의 대화 내용은 물론 수술실에 울려 퍼지던 노래가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란 사실도 나중에 기억해냈다.
뇌 경련에 의한 거짓 기억일 뿐이라는 반박도
임사체험이 실체적 현실이라는 것에 회의적인 정신의학자들은 임사체험이 환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과학적 실험에 매달리고 있다.
미국 미시간 대학의 정신의학자들은 지난 2013년 실험용 쥐를 마취해 심장마비를 유발시켰다. 이를 통해 쥐의 뇌에서 전기신호가 전혀 포착되지 않는 뇌사 상태를 30초 간 만들어 뇌 조직의 부분별 활동량을 관찰했다.
관찰 결과에 따르면 뇌사 상태로 뇌에 산소공급이 차단되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뇌 조직은 산소가 차단된 원인을 파악하려고 경련에 가까운 높은 활동량을 보인다는 게 드러났다. 이를 기반으로 정신의학자들은 임사체험자들이 경험하는 유체이탈이나 사후세계 경험 등은 뇌의 이러한 활동과 연관이 있으며, “임사체험이 현실보다 더 생생하다”는 임사체험자들의 증언도 뇌의 이례적인 높은 활동량에서 비롯한다고 주장했다.
또 임사체험이 산소 부족이나 불완전한 마취 등으로 인해 뇌 오작동으로 발생하는 이례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1,000명 중에 1명 정도는 마취를 해도 의식은 깨어있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에 따라 유체이탈은 실제 환자의 의식이 육체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마취로 인해 의식이 깨어 있으면서 주변 상황을 기억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위중한 수술일수록 다양한 약물을 투여 받게 돼 뇌에서 환각 작용이 유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신의학자들은 임사체험자의 증언 내용들이 비교신화학자인 조셉 켐벨의 ‘영웅 서사’와 유사하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조셉 켐벨은 저서 ‘신화의 힘’(The Power of Myth)을 통해 전세계에 남아 있는 고대 신화들은 전형적인 영웅 서사구조를 띄고 있는데, 이는 인간의 정신적 성숙 과정을 상징하는 무의식적인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조셉 켐벨의 영웅 서사구조는 간단하다. 비참한 현실에 있던 아이가 도전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진입하고 그곳에서 정신적 스승을 만나 깨달음을 얻은 후, 숙명의 적에 의해 죽음의 위협에 몰렸다가 이를 이겨내면서 내면적 각성을 이뤄내고 현실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는 임사체험에서 보이는 어두운 터널의 통과나 유체이탈, 사후세계 방문, 죽은 친지나 가족과의 만남, 신과의 조우, 소생 등의 내용들과 상당히 닮아있다.
이 때문에 정신의학자들은 임사체험에서 보여지는 경험들은 실제적인 의식 활동이 아니라 잠재된 무의식이 상상으로 표출되는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임사체험이란 것이 결국 고대 신화와 비견되는 현대판 신화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임사체험의 심리적 치료 효과는 제고해야
다만 임사체험에 대한 긍정론자든 비관론자든 모두 임사체험에 대해 공동으로 인정하는 것이 한 가지가 있다. 임사체험이 환자들에게 주는 심리적 치료 효과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실제 임사체험을 경험한 환자들은 이전보다 삶에 대해 관용적이거나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며 정신적 안정을 얻는 경우가 많다. 죽음과 사후세계 등의 경이로운 경험을 통해 삶에 대한 초월적 태도를 취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임사체험 국제학회(IANDS) 회원인 제프 올센은 최근 졸음운전을 하다 7살 아들과 부인 등 일가족이 사망하는 아픔을 겪었다. 올센은 “사고로 수술실을 오가며 자신의 잘못으로 가족을 잃은 죄책감에 시달렸다”면서 “하지만 어느 날 수술실에서 겪은 임사체험을 통해 만난 신이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면서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 의학계 일각에서는 임사체험이 환각인지 아니면 실제적 현실인지에 대한 논쟁을 떠나 우울증 등 정신병이 증가하고 있는 현대인들을 위해 의학적으로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정신의학자인 수잔 블랙모어는 “임사체험의 중요한 진실은 사람들에게 삶과 죽음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해줘 삶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게 해주는데 있다”면서 “21세기의 새로운 심리치료요법으로 정신의학계가 이를 수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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