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장염장으로 순환하는 우주 일년 사계절
●나는 생장염장生長斂藏 사의四義를 쓰나니 이것이 곧 무위이화無爲以化니라. 해와 달이 나의 명命을 받들어 운행하나니 하늘이 이치理致를 벗어나면 아무것도 있을 수 없느니라. (증산도 『도전道典』 2편20장)
●모든 일이 이치 없이는 못하는 것이니라. (증산도 『도전道典』 4편84장)
인생을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주기週期인 지구 일년의 근본 창조 정신은 탄생 [生]→성장{長] →성숙의 수렴[斂] →휴식[藏](결실된 종자를 거두어 저장)’ 이라는 사계절 시간 질서를 따라 순환하는 것이다. 작게는 오전과 오후를 반복하는 하루 24시간의 순환 질서에서부터, 크게는 인류 역사의 대국적 발전 과정 역시 생장염장의 자연 질서를 따라 순환한다. 마치 지상의 초목이 지구 일년의 변화 주기에 따라 봄에 싹을 틔우고 여름에 커나가고 가을에 열매를 맺는 것처럼, 인류 문명은 우주 일년의 변화 주기에 따라 ‘탄생∙성장∙성숙∙휴식’을 하는 것이다.
이번 우주 일년의 봄 시대는 지금부터 약 5만 년 전에 시작되었다. 이때 처음으로 현생 인류의 조상(Homo Sapiens Sapiens)이 화생化生하였다.
이 봄철이 지상에 태고 문명의 여명이 동트기 시작한 ‘시원始原 문화 시대’이다. 이 봄철 시간 정신의 핵심을 ‘생生’이라 한다.
우주의 여름철은 만물이 분열하며 성장하는 시간대로서 그 창조 정신의 핵심을 한 마디로 ‘장長’이라 한다. 이때는 봄철에 화생化生한 생명이 번식을 거듭 하고, 인류 문명 역시 여러 갈래로 나뉘어 발전한다. 이 시기에 만물을 분열•성장시키는 기운을 동양 철학에서는 불기운 (火,숫자로는 7) 으로 나타낸다.
우주의 가을철은 ‘통일의 시대’요, ‘성숙의 시대’이다. 봄∙여름 생장 과정 동안 가꾸어 온 모든 생명의 진액을 갈무리하는 완성의 시기요, 결실의 시대인 것이다. 가을이 되어야 비로소 지상에 오곡백과가 탐스럽게 여물 듯이, 인류는 우주의 가을 시간대에 이르러 비로소 이 지상에 통일 문명의 이상을 성취할 수 있는 것이다. 만물을 성숙시키는 가을 기운은 금金과 대광명의 백색으로 상징된다. 이처럼 수렴收斂 결실 하는 가을철 정신의 핵심을 ‘염斂’이라 한다.
우주의 겨울은 지상이 대부분 얼음에 뒤덮여버리는 ‘빙하기’이다. 이 시기는 다음 우주 봄철에 이루어질 새로운 탄생을 예비하기 위해 생명의 진액을 우주의 본원[水] 으로 되돌린다. 이 때가 하늘과 땅이 휴식을 취하는 ‘장藏의 시간대이다.
이 우주의 순환 법도는 어떤 인격적인 신이 인위적으로 지어낸 것이 아니라, 천지 자체의 조화 원리에 따라서 스스로[自] 그렇게[然] 돌아간다.
이렇게 자기 충족적인 우주 질서를 주재하시는 천지의 통치자가 바로 ‘상제님(하나님)’이다. 상제님은 생장염장의 법도를 근본으로 하여 천상과 지상의 문명을 발전시키고 통일을 주도해 나가신다. 그러므로 신비에 싸인 절대자의 진면목을 깨치기 위해서는 상제님이 주재하시는 우주 법도, 즉 우주가 변화해 가는 원리를 먼저 체득해야 하는 것이다.
●대인을 배우는 자는 천지의 마음을 나의 심법으로 삼고, 음양이 사시四時로 순환하는 이치를 체득하여 천지의 화육化育에 나아가느니라. (증산도 『도전道典』 4편95장)
▪선천先天과 후천後天
태극의 대칭성에 따라, 우주는 크게 양과 음의 시간대인 선천과 후천으로 구분되어 순환한다. 선천과 후천이란 일년 사계절 중 봄•여름의 전반기’ 와 ‘가을•겨울의 후반기’를 선•후로 하여 부르는 말이다.
물론 하루 에도 선•후천은 존재한다. 낮(양)과 밤(음)의 주기적인 대칭변화 작용이 그것 인데, 하루 중 오전은 선천으로, 오후는 후천으로 작용한다.
여기서 시간대는 항상 음양의 쌍으로 순환하며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낮과 밤이 양과 음으로 대칭을 이루어 짧아졌다 길어졌다 하면서 사계절의 리듬을 형성하듯이, 천지의 시간대도 인간과 우주 자연을 창조•변화시키기 위해 선천과 후천이 대칭을 이루는 것이다.
선천과 후천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으나, 밤과 낮이 전혀 질적으로 다르듯이 운동하는 원리 자체가 정반대이다. 만물이 탄생•성장(자기 발전) 운동을 하는 천지의 봄•여름 (선천)은 남성 에너지[乾]가 주도하여 인간을 성장시키므로 6양陽시대 또는 건도乾道(陽道) 시대라 하고, 후천의 6개월(6×10,800=64,800년) 동안은 여성 에너지[坤]가 중심이 되어 결실•성숙시키므로 6음陰시대 또는 곤도坤道 (陰道) 시대라고 한다.
이것은 극히 짧은 주기에서 대우주의 커다란 순환 주기에 이르기까지 그 이치는 마찬가지이다.
선천은 생장•분열 과정이기 때문에 과학과 철학이 판을 달리하고,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는 때이다. 특히 만물이 세분화•다극화의 극한에 다다르는 우주의 여름철 말기가 되면, 인간의 정신마저도 분열 기운에 포로가 되어 생명의 근본을 상실하고, 사회는 윤리 기강이 무너지게 되어 극심한 혼란 상태에 빠지게 된다. 바로 이 우주 여름철의 말기가 기성종교에서 외친 ‘말세’,‘말법’에 해당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우주는 결코 무한히 분열•성장 운동만을 계속하는 것은 아니다.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면, 우주 만유는 필연적으로 그것을 넘어서는 반대 방향으로 창조운동을 시작한다[極則返]. 분열의 최극단에 이르면 다시 통일의 새 기운이 움 트고, 반대로 통일 수렴의 정점에서 다시 분열 기운이 싹튼다.
마치 달[月]이 차면 기울고, 오르막이 다하면 내리막이 있듯이, 선천의 분열 도수度數가 다[盡]하면 후천의 통일 도수가 숙명적으로 밀려오는 것이다.
후천 가을 세상은 상생上生의 시대이며 성숙과 통일의 시대이다.
선천 시대에 극도로 분열•대립하던 여러 종교와 이념, 사상이 모두 하나의 열매 진리로 합쳐지고, 정치와 종교도 한 갈래로 통합되어 종교적 이상을 직접 구현하는 새로운 도권道權정치의 대개벽 문화 시대가 열린다.
●옛적에는 신성神聖이 하늘의 뜻을 이어 바탕을 세움에 성웅이 경비하여 정치와 교화를 통제관장統制管掌하였으나, 중고中古 이래로 성과 웅이 바탕을 달리하여 정치와 교화가 갈렸으므로 마침내 여러 가지로 분파되어 진법을 보지 못하였나니, 이제 원시반본原始返本이 되어 군사위君師位가 한 갈래로 되리라.
(증산도 『도전道典』2편27장) 『이것이 개벽이다 상』-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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