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운동의 본체: 황극皇極
만물이 형체를 갖고 생겨나는 생성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것은 무극에서 열린 태극이 분열하고 통일하는 변화 운동을 반복∙순환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이 순환을 지속하게 하고 생장 변화를 주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황극皇極’이다. 황극은 태극의 변화운동을 무극으로 연결시켜 주는 조화의 중매자이다.(우주의 태극 운동을 지속하게 하는 우주 변화 운동의 본체인 황극은 사실 감이 잡힐 듯하면서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유가의 경전인 『중용』과 『논어』, 특히 『주역』의 전편에 흐르는 근본정신과 『서전書傳』에서 전한 통치자의 심법心法은 모두 ‘시중의 중(時中之中)’으로 요약할 수 있다. 바로 이 ‘시중’ 정신이야말로 오황극 변화 정신의 핵심이라 할 것이다.
『중용』의 중中의 정신을 쉽게 말하면 매사에 지나치지도(過) 부족하지도(不及) 않은 ‘생명의 지속적인 조화성調和性’ 을 말한다.
공자가 남긴 가르침의 정수인 ...이 오묘한 중용의 심법을 언어로 표현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으나 정리하자면 지중의 중(時中之中)’이란 어떠한 상황과 위치[時空]에서도 만물 조화의 중정中正한 심법을 잃지 않고 인사人事를 집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수도와 진리 탐구의 과정에서 이 중中의 정신을 잃으면 천지 대세와 우주의 근본을 볼 수 없게 된다.
이 황극의 조화 정신[中]은 현실 세계의 변화에서 조금 더 쉽게 설명될 수 있다.
모든 사물의 변화에는 그 변화를 일어나게 하는 변화 작용의 중심 자리가 있다.
한 나라의 중핵 자리에는 대통령이 있고, 한 가정의 중심에는 아버지가 있다.
학교나 조그마한 단체, 또는 그 밖의 어떤 것에도 존재[생성]의 주재 자리가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변화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황극(5土)은 이와 같이 무극∙태극의 일체의 조화 정신으로 생성된 현실 세계를 실질적으로 변화(생장∙분열)시켜 가는 조화의 원동력이다.
현상계의 일체 만물은 이 중中의 변화성과 조화 정신에 따라 존재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황극의 정신이 변화 작용의 중심 자리가 된다.
무극과 태극과 황극은 본래 하나의 우주 생명이 순환할 때, 그 순환 과정에 붙인 이름이다. 그러나 삼극은 일체 관계로 존재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엄연히 서로 다른 창조 정신을 갖고 작용하고 있다. 이 도道의 자리는 우리의 상식적인 정신세계로는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절대 경계의 조화세계이다.
우주 만유 가운데 오직 인간이 천지 생명 변화의 근본 원리를 모두 조화롭게 가지고 태어났다. 천지가 생겨나기 이전의 조화의 근원은 무극인데, 이 십十무극의 조화 생명이 동動하면서 음양의 태극 질서가 나타난다.
우리 몸에서 이 원리를 찾아보면, 십무극의 조화 기운을 암시하는 열 손가락이 있고, 태극의 창조 원리에 따라 왼손∙오른손이 음양으로 존재한다.
그런데 실제 운동할 때는 운동의 본체인 오황극의 조화 기운에 따라 다섯 손가락씩을 쓰고 있다. 또한, 오지五指 가운데 근본이 되는 엄지는 태극의 통일성과 창조성의 원리를 그대로 가지고 생겨났기에 두 마디로 되어 있다(이 삼극三極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면 우주의 전 신비를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만물 창조의 기본 구성 원리인 무극 · 태극 · 황극은 우주정신의 세 본체다.
삼극은 본래 그 근원은 하나인데 현실 우주에서는 이처럼 엄연히 삼분 되어, ‘일즉삼 삼즉일一卽三 三卽一)’ 의 원리로 일체가 되어 작용한다.
현상 속의 황극의 작용을 알아보자. 수많은 생물이 생존하고 있는 지구에는 지기地氣의 액이 뻗어 흐르는 중추 신경으로 황극 역할을 하는 종주산宗主山이 있다.
지구의 배꼽이라 할 수 있는 종주산은 선천 생장기에는 곤륜산이었다.
그러나 후천개벽 이후 가을철에는 지구의 정기가 수렴 운동하는 간도수良度數의 개벽 운동으로 말미암아 그 위치가 바뀐다.
우리 얼굴에서는 코[良山]가 중앙의 황극 자리가 된다.
인간의 원초적 생명 현상은 코를 통해 숨 쉬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외에 몸으로 소급하여[近取諸身] 이 중中 자리를 찾아보면, 크게는 배꼽이 전체 몸의 중앙 황극 자리이다.
몸을 더욱 세분해 들어가면 중中 자리는 어디에나 있다. 주변 사물에서 살펴보면 [遠取諸物], 축구를 할 때 운동장의 중심에 공을 갖다 놓고 경기 (음양 변화)를 시작하는데, 공의 움직임에 따라 경기가 펼쳐지므로 공이 황극이 된다.
기독교 신관의 핵심인 아버지[聖父].아들[聖子].성신[聖神]의 삼위일체 교리는 바로 삼위가 일체이면서도 상호 독립되어 실재하는 양면성을 통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인간은 오황극의 조화 기운에 따라 화생하여 일체 만물과 더불어 성장∙발전해 나간다. 쉬운 예로 인간 생성의 전체적인 틀을 태아 시기부터 살펴보면 태극수(水)의 창조 원리에 따라 태아는 모체의 양수羊水 속에서 자라면서, 오황극의 중中 자리 역할을 하는 배꼽을 통해 생명의 에너지를 공급받음으로써 일정한 형체를 이루며 성장해 나가게 된다. 인간을 비롯한 천지 만물은 대우주에 가득한 성스러운 기氣의 바다에서 이와 통일한 원리로 개체화된다.
따라서 태초의 선천 개벽기에 인간이 천지에서 탄생하는 창조의 비밀도, 대우주의 탄생 문제도 오로지 이 황극 정신을 이해함으로써 깨달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지상의 인간이 죽음을 통해 신명으로 새로 태어나는 신비를 푸는 열쇠도 오황극의 조화성 속에 숨어 있다. 오황극은 십무극과 일태극을 ‘우주 창조의 본체’로 하여 만물의 성장과 분열 운동을 지속적으로 이끌어가는 ‘우주 운동의 본체’ 이다. 오황극은 우주 생명의 순환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변화의 조화調和 정신인 것이다.『이것이 개벽이다 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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