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 없는 코로나..'면역력' 키워 이겨내야
안호균 입력 2020.08.06. 12:00
코로나 특성상 감염에 의한 집단면역은 불가능/ 백신, 효과적인 예방 수단이지만 조기 개발 어려워/ 청년층, 건강한 사람은 사망률 낮아..면역력 역할/
운동·수면 등 상식적인 건강관리만 해도 면역기능↑/
"면역은 균형이 중요"..과도한 영양섭취 도움 안돼
[시애틀(미 워싱턴주)=AP/뉴시스]지난 3월16일 미 시애틀의 카이저 퍼머넌트 워싱턴 건강연구소에서 한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1단계 안전 연구 임상실험을 위해 백신 주사를 맞고 있다. 하버드 의대 연구진은 20일(현지시간) DNA 백신을 25마리의 붉은털원숭이에게 예방접종한 뒤 원숭이들에게 항체가 형성됐다고 발표했다. 2020.05.21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7개월 가량 이어지고 있지만 인류는 여전히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이 싸움의 핵심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백신의 조기 개발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개인적 차원에서 면역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6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자신'과 '남'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세균, 바이러스 등 외부 병원균이 우리 몸에 침투하면 면역세포들은 이를 감지해 직접 공격하거나 세균에 감염된 세포를 죽인다. 손상된 조직이나 세포의 회복과 재생을 돕는 것도 면역 시스템의 역할이다.
면역 시스템이 병원균과 싸우는 것에는 두가지 방식이 있다. 선천면역은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방어 수단이다. 외부로부터 병원균이 들어오면 그 종류와 상관 없이 즉각적으로 싸우는 방식이다. 주로 병원균을 직접 인식하는 대식세포나 수지상세포에 의해서 일어난다.
선천면역 반응에 의해 제거되지 않은 병원균에 대항하거나 감염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일어나는 반응이 후천면역이다. 후천면역은 우리 몸이 외부 병원균이 갖고 있는 특별한 항원을 기억해놓고 그 병원균에만 이길 수 있는 항체를 만들어 저격하는 방식이다. 후천면역 반응에 관여하는 세포는 B림프구와 T림프구다.
우리 몸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이 병원균에만 대항하는 항체를 만들어놓는다. 한 사회에서 다수의 구성원들이 이렇게 면역을 보유하게 되면 감염병은 더 이상 유행병으로 확산되지 못한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일부 국가가 방역을 철저하게 하지 않은 것도 이같은 '집단면역'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집단면역은 실패한 정책으로 결론났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코로나19처럼 치명률이 높은 질병을 (병에 감염되는 방식의) 집단면역으로 관리할 수는 없다"며 "또 집단면역이 가능하려면 항체가 생겨서 거의 평생을 가야 한다. 병에 걸렸다 나아도 항체가 얼마 못가면 집단면역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집단면역을 만드는 또 하나의 방법은 바로 백신이다. 진짜로 감염되는 대신에 죽은 세균이나 약화시킨 바이러스 등을 접종해 항체를 미리 만들도록 하는 것이 백신의 원리다. 백신은 현재로서는 가장 효과적으로 면역을 이용해 감염병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20세기 들어 백신이 보급되면서 백일해, 폐렴, 소아마비, 천연두 같은 전통적인 감염병의 위험성은 크게 낮아졌다. 백신은 각국이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위해 가장 크게 기대를 걸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백신에도 한계는 있다. 백신을 접종한다고 모든 사람이 면역을 갖게되는 것은 아니다. 면역이 생겼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없어질 수도 있다. 과거 수두와 같은 병은 국가예방접종 사업에 포함됐음에도 백신 접종과 상관 없이 감염자가 늘어나기도 했다.
백신이 개발된다 해도 그 시기는 내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 전까지는 개인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위생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다. 또 개인 차원의 면역력 강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자 중에서도 80세 이상의 치명률은 20%를 넘지만 40세 미만의 치명률은 0.2%를 넘지 않는다. 또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과 건강한 사람의 사망률도 크게 차이가 난다. 우리 몸의 면역 기능만 잘 작동을 해도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위험이 크게 낮아지는 셈이다.
사실 면역력은 면역학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용어다. 우리 몸에서 발생하는 면역 반응은 매우 다양한데 무조건 강화해야 하는 능력은 아니라는게 면역학자들의 설명이다.
박채규 연세대 의대 의생명과학부 교수는 "면역은 상대적인 것이다. 면역이라는게 우리 몸에 좋게 반응할 수도 있지만 너무 세지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알레르기 반응이나 자가면역질환은 면역이 우리 몸에 해롭게 작용하는 예"라고 설명했다.
[런던=AP/뉴시스]영국 런던에서 18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한 채 조깅하고 있다. 2020.04.19.
하지만 우리 몸에 균형이 깨져 있는 경우 면역세포를 만들어내는 기능이 약해지고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대항력이 떨어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면역력이 약해졌다고 말하는 경우다. 반대로 우리 몸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만드는 것은 면역력을 키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면역력을 강화하는 방법은 건강을 위한 상식적인 노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몸에 좋은 생활 습관을 실천하고 나쁜 것은 피하면 된다.
우리 몸의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요인은 수면부족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주일에 수면 시간이 2~3시간만 모자라도 인체의 면역 시스템은 현저하게 약해진다. 잠이 부족하면 감기에 잘 걸리거나 염증이 잘 생기는 것도 면역 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이다.
면역계는 정서적 상태와 스트레스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 스트레스는 면역세포의 하나인 NK세포의 활성도를 떨어뜨리고 림프구의 증식을 억제한다. 또 항체 생성 능력을 떨어뜨리고 여러 면역 조절 물질을 변형시킬 수도 있다.
술과 흡연, 비만, 스테로이드 치료 등은 NK세포의 활성도를 떨어뜨려 면역력을 약화시킨다. 항생제나 호르몬 치료도 면역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항생제는 우리 몸에 유해한 세균을 죽이지만 동시에 유익한 세균도 함께 파괴한다.
장 건강도 면역력과 큰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 중 70%는 장에 있기 때문에 장을 유익균이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장내 프로바이오틱스는 NK세포의 활성도와 대식세포의 식작용을 늘린다.
운동은 면역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활동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과도하지 않은 운동은 노인의 상기도 감염을 29% 가량 감소시켰다. 하지만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면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림프구의 기능과 수를 감소시키고 감염성 질환을 오래 앓게 할 수도 있다.
영양 결핍이나 불균형한 영양 섭취도 면역력 약화의 원인이 된다. 단백질이 부족한 식사는 세균의 침입에 대해 피부 장벽 기능을 약화시키고 림프구 수를 떨어뜨린다.
또 비타민 A, B, C, D, E와 셀레늄, 아연 등 미세 영양소들이 면역과 관련성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박 교수는 "면역이라는 것은 항상 균형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며 "너무 안 먹어서 말라도, 너무 먹어서 비만이 돼도 면역은 떨어질 수 있다. 영양제를 먹는 것도 좋지만 너무 과한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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