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가상화폐 광풍의 심리학… 일그러진 ‘한탕주의’?
기사입력 2018-01-13 05:02
상대적 박탈감 2030·서민들 신분상승 마지막 기회 인식/ 로또와 같은 일확천금 꿈/
부당이득 부유층에 대한 반발/ 규제에 대한 극렬 저항으로/ 경기 개선 안 되면 반복 가능성
“박상기 법무부 장관을 해임하자”는 주장, “가상화폐 거래를 막는 은행에서는 돈을 빼자”는 선동.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지하겠다는 박 장관의 엄포에 투자자들은 벌벌 떨기보다 집단행동을 예고하며 격렬히 저항하고 있다. 투자도 과열이지만 반응도 격렬하다.
12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청원에선 가상화폐를 두고 “여태껏 대한민국에서 가져보지 못한 행복한 꿈” “대한민국에서 어쩌면 집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2018년 새해 벽두 대한민국에서 가상화폐는 미래의 기술이기 이전에 비참한 현실의 탈출구이자 꿈으로 여겨지고 있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각에선 가상화폐를 비이성적 투기라고 표현하지만 취업난과 학자금 대출 상환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겐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자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로 여겨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도 “한국 사회에선 이제 통상적인 부 축적 방식인 예금이나 부동산 투자, 주식 등을 통해서는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우니 비트코인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라며 “로또를 사는 것과 비슷한 심리”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로또 판매량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나진경 서강대 심리학과 교수는 “체감되는 사회 불평등이 심할수록 구성원들이 고수익·고위험 투자를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계층이 고착화되고 채용·입시 비리 등 이슈가 연일 터지면서 청년들은 이미 한국 사회를 믿을 수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의 격렬한 반응에는 분노가 서려 있다.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분노의 목소리 중 하나는 세대 갈등”이라며 “너희(기성세대)는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는데 젊은 세대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를 왜 이제 와서 빼앗느냐는 분노가 공격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박탈감과 분노는 중장년층도 마찬가지다. 공부하고 취업하고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현실은 팍팍하기만 하다.
“(직장 동료가) 코인을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왜 하게? 하니 그냥 1년 동안 투자해서 그 돈으로 시원하게 소고기 먹고 싶다고… ㅜㅜ 저도 울컥하고 친구 목소리도 미세하기 떨리더군요.”(클리앙 가상화폐당 게시판)
이런 투자자들에게 던져진 “우리나라 경제 발전 도움이 되기보다 오히려 해악이 클 게 예상된다”는 법무부의 엄포는 밥상에 올려진 소고기 한 점마저 뺏으려는 협박처럼 느껴졌다. “가상화폐가 거품이라는 고위 공직자들은 다주택 소유자에 고액 자산가”라는 비난까지 있었다.
배규한 국민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일반 서민들은 취업될지, 취업을 한다 해도 월급으로 큰돈을 모을 수 있을지, 이런 것들이 모두 불확실한 상태”라며 “이런 사회 불안정이 극에 다다르면서 일종의 행운을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고 말했다.
뚝 떨어졌던 가상화폐 거래 가격은 하루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김석호 교수는 “이 열기를 가능케 한 사회 조건 전반이 변화하지 않는 한 가상화폐 열풍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연 이형민 기자 jaylee@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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