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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정확히 예측한 美최고 역학조사관, "더 강력한 게 온다"

by 태을핵랑 2021. 1. 12.

코로나19 정확히 예측한 미국 최고 역학조사관, 백신 개발 어려운 이유


코로나19 예측한 美최고 역학조사관, "더 강력한 게 온다"

입력 2020. 10. 16. 08:03


다음 재앙은 신종독감 바이러스, 스페인 독감 만큼 치명적 예고.

올초, 팬데믹 경고에도 WHO늦장. 팬데믹 원인, 중국 의존도 심화.

의약품·의료 장비 생산 다각화, 백신개발 어려워..국제공조 필요.

항미생물제 내성 해결도 긴급사안.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하는 감염병이라는 위협에 맞서 대처할 유일한 길은 그런 난관을 이해하는 것이며, 그럼으로써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일이 끝내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살인 미생물과의 전쟁’에서)


“장담하건대, 다음 감염병이 발생할 것이다. 그 중 하나는 훨씬 더 강력해 코비드-19보다 규모가 한 단계 더 클 것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역학조사관 마이클 오스터홈은 ‘살인 미생물과의 전쟁’(글항아리) 2020판서문에서, 그런 재앙을 일으킬 확률이 가장 높은 병원체로 신종 독감 바이러스를 꼽았다. 세계 인구의 20퍼센트를 죽음으로 내몬 스페인독감 만큼 치명적일 것이란 예측이다.


미네소타대 감염병 연구·정책센터장인 오스터홈은 공공보건 분야 최고 권위자로, ‘나쁜 소식의 전령’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거침없이 할 말을 다하는 역학자로 알려져 있다.



2017년 미국에서 출간된 ‘살인 미생물과의 전쟁’은 코로나19를 정확히 예측, 최근 입소문을 타고 역주행해 베스트셀러에 올라 화제가 됐다. 당시 그는 9.11테러급의 상황이 스무 건, 서른 건 덮치는 격감염병 대재앙에 대비, 공중보건 및 의료 체계 개선을 주문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더욱이 팬데믹 직전인 올 초 1월20일 코비드-19의 명확한 전염 특성을 근거로 세계적 대유행을 경고했지만 세계보건기구는 3월 10일에야 세계적 유행병 발생을 선언, 초기 대처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오스터홈은 이런 대재앙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사스 발생 후 20년 동안 세계가 제조물자의 중국 의존도 심화를 꼽았다. 특히 공급사슬 속에서 생명과 직결된 약품의 공급 중단은 치명적인 위험을 제기하는데, 코로나 발생 초기 중국에서 공급하는 복제약 63가지가 납품되지 못해 재고가 부족해진 현상을 지적한다. 전염병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 것으로, 필수의약품, 의료품, 의료장비의 생산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신약개발에 정부투자와 국제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총21장으로 구성된 책은 우리 시대 공중보건에서 벌어진 굵직굵직한 문제의 현장에서 오스터홈이 지난 40년간 관심을 기울이고 역학조사에 나서고 연구하고 정책을 개발한 결과물이다. 독성 쇼크 증후군을 비롯, 에이즈, 사스, 항생제 내성, 식품매개 질병, 생물무기 테러, 인수공통감염병, 매개체 감염병 등 그가 씨름해온 감염병의 전모와 민낯을 보여준다. 감염병의 최전선에서 병원체를 추적하는 긴장감과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 시국에 백신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저자는 ‘우리가 쓸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인 백신 개발이 왜 어려운지 자세히 들려준다. 


백신은 여느 의약품과 다르다. 비유하자면 고지혈증 치료제로 먹는 리피토,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 우울증 치료제 프로작이나 비아그라 같은 모든 유지 약물은 제너럴모터스 조립라인에서 쉐보레를 만드는 것이라면 새로운 백신 제조는 캘리포니아 들판에서 양상추를 기르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양상추는 날씨, 토양, 가뭄, 홍수, 곤충, 지역 농작물 병해에 매우 민감하다. 

더욱이 백신은 제조 및 유통 등 경제적 관점에서도 근본적 차이가 난다. 

시장예측이 가능하고 탄탄한 시장을 바탕으로 한 유지약물과 달리 백신의 수요는 꾸준하지도 예측하기도 어렵다. 이미 특허를 얻은 백신의 수요가 있더라도 생산을 늘리기에는 때가 너무 늦기 일쑤라는 것이다. 

가령 2009~2010년 H1N1형 독감 대유행때 미국은 2009년 10월 환자수가 정점을 찍었는데 백신의 대량 확보는 환자 수가 6분의1로 줄어든 2010년 1월 말에나야 가능했다. 그 때마저도 충분치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백신 개발의 어려움을 “간단히 말해, 사실 우리도 모른다. 죽음의 계곡을 통과하기는커녕 발이라도 디밀어본 시제품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라고 냉정하게 말한다.

따라서 백신개발은 공공자금, 민관협업, 자선재단의 지원과 안내로 새로운 사업모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살인 미생물들의 전 지구적 현황을 살피며, 이들이 전염 수단에 주목한다. 동물과 직접 접촉하거나 다른 사람이나 동물이 내쉰 공기, 공기에 뿌린 미세분말 액체, 건물의 냉각탑에서 나온 미세 입자를 들이마시거나 문 손잡이 같은 표면에 몸이 닿는다든지 수혈 등 여러 방식이 있지만 가장 위험한 범주는 그저 숨을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폐에 미생물이 퍼지는 것이라며 바로 독감이 치명적인 이유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런 공기 매개 전염이 미생물을 활용한 테러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음도 경고한다.

에볼라, 사스, 메르스 사태 등 역학자로서 감염병과 사운 모습 외에 ‘모기’와 관련해선, 개인사를 털어놓아 눈길을 끈다. 숲모기가 일으킨 라크로스 뇌염으로 아들을 잃을 뻔한 얘기다. 사람들은 흔히 모기를 그저 짜증스런 존재로 여기지만 “가장 흉악한 공공의 적”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특히 인간도 감염시키는 말라리아 원충 변종의 증가, 기후온난화로 빨라지는 감염속도, 현재 전세계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이집트숲모기 등 일상 속에서 주의해야 할 점들을 짚어준다. 독감 만큼이나 치명적인 병원체로 지목한 어떤 항생제로도 치료가 안되는 독성미생물에 대한 경고도 눈여겨 볼 만하다.


저자는 감염병 대유행시 위기행동강령도 제안한다. 판도를 바꿀 독감 백신을 확보해 전 세계에 접종하는 게 우선이다. 국제기구 설립 통해 항미생물제 내성의 모든 측면 긴급 해결, 민관의 신속한 백신 연구개발과 제조· 배포, 숲모기 매개 감염병 억제 국제연합 설립 등이다.

3년 전 쓴 책이 코로나 대유행 한가운데서 쓴 것처럼 생생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살인 미생물과의 전쟁/마이클 오스터홈, 마크 올셰이커 지음, 김정아 옮김/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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