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트럼프, ‘평창 이후’ 북한 폭격 준비 징후 3가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평창 동계 올림픽이 끝난 뒤에 북한에 대한 제한적인 공격을 단행할 준비를 하는 징후가 가시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첫 국정 연설을 통해 대북 공격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적 지지를 얻으려고 했다는 게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그는 또 소위 ‘코피 전략’으로 불리는 제한적 범위의 대북 공격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주한 미국 대사로 내정됐던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를 낙마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평창 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도 한반도와 괌에 미국의 전략 자산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전 미군에 걸쳐 전쟁 준비 훈련을 강화하도록 했다.
◆트럼프 국정 연설은 대북 진군나팔
미국의 폭스 뉴스는 31일 해리 카지아니스 ‘국가이익센터’(CNI) 국장의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 연설을 통해 김정은의 북한이 잿더미에 묻힐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장애인 탈북자 지성호 씨를 국회 의사당 청중석으로 초청해 그가 목발을 치켜들도록 한 것은 북한의 운명이 이미 결정됐다는 신호에 다름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은의 악당들이 역사의 잿더미에 묻히는 것은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고 지적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김정은이 트럼프의 연설을 들은 뒤에 잠을 못 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사 매체 ‘타임’은 “트럼프의 연설이 북한 주민을 해방하기 위한 미국의 대북 예방전쟁에 대한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이었다”고 크리스틴 안 ‘크로스 DMZ’ 대표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의 언론 매체 ‘복스’(Vox)도 “우리가 미국의 일반 국민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전쟁에 근접해가고 있다”고 전했다.
시사 종합지 ‘애틀란틱’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 연설에서 북한에 관해 언급한 내용을 읽어볼수록 그가 전쟁 준비를 하고 있을 개연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시사 매체 ‘뉴욕’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전쟁을 원하다는 신호를 가장 명확하게 보냈다”고 평가했다.
◆지성호와 웜비어의 상징성
트럼프가 북한에 관해 언급한 내용보다는 아예 입에 올리지 않는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애틀란틱이 지적했다. 트럼프는 10일도 남지 않는 평창 올림픽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북한 문제에 관해 연설하면서 ‘외교’, ‘제재’ ‘중국’이라는 말을 꺼내지조차 않았다. 그 대신 ‘최대의 압박 캠페인’을 강조했고, 여기에는 경제적 수단뿐 아니라 군사적 수단이 들어있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트럼프는 북한의 핵무기 문제가 아니라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부각하는데 연설의 초점을 맞췄다. 트럼프는 국정 연설장에 탈북자 지성호 씨와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 불명 상태로 귀국해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부모를 초청했다. 미국인이 아닌 탈북자가 국정 연설에 초대받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애틀란틱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압박을 가해 핵 협상을 하려고 한다면 이렇게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공격하는 데 대한 국민적 지지 결집을 노렸다면 웜비어와 지 씨 스토리가 그 목적에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웜비어의 사망은 미국이 자국민을 지키는 자위권 차원에서 북한을 공격할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시의 이라크 공격, 트럼프의 북한 공격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연설은 지난 2002년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이라며 이라크 공격 명분을 축적했던 국정 연설의 데자뷔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시는 그 당시에 북한, 이란,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이들 국가가 미국의 이익을 근본적으로 침해하고 있다는 점을 이라크 공격 명분으로 삼았다. 부시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이 미국 입장에서 용납할 수 없는 위협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언론 매체 ‘복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탈북자 지 씨가 겪은 고통을 내세워 북한 정권을 ‘인류의 적’, ‘크리스천의 적’으로 규정했다고 주장했다. 복스는 “부시가 후세인이 자국민을 학대한 것은 무고한 미국인에게도 총질을 가할 것이라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도 부시와 마찬가지로 북한 정권의 자국민 탄압 사례로 지 씨를 내세웠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부시가 후세인을 다룬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트럼프가 김정은에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복스는 “부시와 트럼프가 잠재적인 적을 ‘악’ 또는 ‘문명의 적’으로 규정하고, 우리의 안전과 인류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이 잠재적인 적을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고 지적했다.
◆전쟁에 반대한 빅터 차의 낙마
주한 미 대사로 내정돼 한국 정부로부터 아그레망(임명 동의)까지 받은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가 낙마함으로써 워싱턴 정가에 살벌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31일 “대북 선제공격에 대한 해법을 둘러싼 입장차로 차 전 내정자가 지명 철회됐다는 사실은 대북 공격에 준비돼 있지 않은 인사는 트럼프 정부에서 주한 미 대사로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을 암시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보도했다. WP는 “아그레망 절차까지 완료된 상황에서 지명을 철회한 이례적인 조치는 트럼프 정부가 대북 공격을 얼마나 심각하게 검토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WP는 “갑작스러운 차 전 내정자의 지명철회는 국정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과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 동의 없이 군사옵션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우려를 한국 정부 내에 증폭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연설에서 외교 해법 언급을 하지 않은 것 자체가 대북 전쟁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전략 자산 한반도 인근 총집결
미국이 평창 동계 올림픽 이후 북한과의 핵전쟁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전략 자산을 한반도 인근 지역에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있다고 미국의 언론 매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최근 보도했었다. 미군은 북한을 겨냥한 ‘맞춤형 전투’ 시나리오에 따라 전쟁 대비 훈련을 하고 있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미군은 군사 훈련과 동시에 단시간 내에 북한에 투입할 수 있는 핵무기 탑재 폭격기를 괌에 배치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 세계일보 기사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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