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도 인간관]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인간은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
죽음에 이르면 한 인간의 모든 것이 그냥 소멸되고 마는가? 아니면 생물학적인 죽음 이면의 또 다른 세계에서 삶을 이어나가는가?
그리고 영혼이 있다면 영혼은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며, 그 영혼의 수명은 영원한가?
이제까지의 여러 종교들은 이러한 삶과 죽음의 문제를 원리적으로 명쾌하게 해명해 주지 못하였다. 다른 의문점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본질에 얽힌 수수께끼는 증산 상제님의 생명 말씀을 통해서만 구체적으로 풀리게 된다. 그러면 이제 증산도의 인간관을 통해 생사에 얽힌 영생의 비밀을 풀어보기로 한다.
●도道를 잘 닦는 자는 그 정혼精魂이 굳게 뭉쳐서 죽어서 천상에 올라가 영원히 흩어지지 아니하나 도를 닦지 않는 자는 정혼이 흩어져서 연기와 같이 사라지느니라. (증산도 『도전道典』 9편76장)
●죽고 살기는 쉬우니 몸에 있는 정기精氣를 흩으면 죽고 모으면 사느니 라.
(증산도 『도전道典』 10편45장)
천지天地는 음양陰陽 조화造化의 산실이며, 일월日月은 음양 운동을 일으키는 현실적인 작용作用의 주체主體이다. 그리고 인간은 천지일월天地日月(宇宙)의 결실이다. 천지의 속성인 건곤乾坤은 순수 음양의 영체靈體로서 무형적으로 영원히 존재하는 우주 정신의 본체이며, 일월曰月은 건곤 부모를 대행하여 현실적으로 음양 변화 운동을 일으키는 작용체이다. 건곤(乾坤은 우주와 더불어 무궁하게 존재하는 순음순양의 생명 기운이지만, 천지와 일월(괘로는 坎괘와 離괘)은 편음편양偏陰偏陽의 실질적인 형체를 가진 채 만물을 생성한다.
인간은 편음편양인 일월의 소생이기 때문에 당연히 혼탁한 심령과 기운을 갖고 태어난다. 때문에 인간은 천지의 순수 생명으로 정화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증산 상제님께서 말씀하신 죽음이란 육신의 죽음뿐만 아니라 영혼조차 소멸되는 완전한 죽음을 뜻한다. 도道를 닦지 않으면 정기가 뭉쳐진 정도에 따라서 그 수명에 장단이 있으나, 종국적으로는 육신의 죽음에 이어 영혼까지도 소멸하는 ‘영원한 진짜 죽음’을 당하게 된다. 이 때문에 인간은 영원한 구도자로서 수행의 길을 걸어가야만 하는 운명적인 존재인 것이다.
건곤은 순수 음양의 생명이기 때문에 우주와 더불어 영원하다.
따라서 인간은 수행을 통해 편음편양 상태인 감괘와 리괘를 순수음양인 건곤괘로 변모 시켜야 한다. 이것은 수행을 하여 몸의 수승화강水昇火降을 통해 생명의 순수기운을 체득해감으로써 마침내 가능해지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혼魂과 넋魄이 있어 혼은 하늘에 올라가 신神이 되어 제사를 받다가 4대가 지나면 영靈도 되고 혹 선仙도 되며 넋은 땅으로 돌아가 4대가 지나면 귀鬼가 되느니라. (증산도 『도전道典』 2편118장)
증산 상제님은 이 몇 마디 말씀으로, 신비에 싸인 인간의 사후에 일어나는 영체의 변화과정을 간단명료하게 밝혀 주셨다.
이 말씀을 깊이 있게 새겨보면, 인간 몸속에 깃들어 있는 천지 생명의 큰 수수께끼에 대한 총체적 해답을 깨칠 수 있다.
인간은 하늘과 땅의 음양 조화로 생성되어 생명 활동을 영위한다. 즉, 하늘의 양기陽氣와 땅의 음기陰氣로 화생된 혼魂과 넋魄이 태극체로 합일되어 음양 운동을 함으로써 생명의 온갖 조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죽음이라 부르는 현상은 몸속에 있는 정기가 소진되어 영혼과 육신이 분리되는 사건을 말한다. 이때 속사람 인 영혼은 육신에서 이탈하여 천상 영계로 떠나 새로운 생활을 하고, 인간의 육신은 땅으로 돌아간다.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이 육신이 단순히 한 줌의 흙으로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육신이 땅에 묻히면, 살아생전에 몸속에 깃들어 있던 땅의 영기靈氣인 넋은 다시 지기地氣로 환원되는 과정을 거쳐, 4대가 지나면 새로운 인격체인 귀鬼로 변모한다.
그런데 이 땅속의 귀鬼와 천상의 신神이 후손의 화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이것은 백골이 묻힌 곳의 지기가 시운時運을 타고 발음發蔭되어 후손의 삶 속에 전해지는 것이다.
인간의 죽음이란 신神으로 탄생하는 대사건이다.
좀 더 정확하게 정의 하면, 혼과 넋이 신神과 귀鬼로 변화하여 음양이 조화된 천지 속에 새 사람으로 입적入籍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혼과 넋이 각기 하늘의 영기와 땅의 영기로 돌아가 천지의 순수 영적 존재인 우주의 속사람 즉 신명神明으로 새로 태어나는 것이다.
지상 사람을 인간人間이라 부르듯이, 하늘과 땅의 속사람은 밝음을 본질로 하기 때문에 신명神明이라 하는 것이 정명正名이다.
또 신도神道 세계의 영적 존재가 지상에 신명神明으로 나타날 때는 밝은 광명체光明體로 보이나, 귀체鬼體로 나타날 때는 구체적인 인간의 모습을 한 음체陰體라는 사실도 신비롭다. 왜 그런지 잘 생각해 보라. 인간은 ‘살아 있는 귀신’ 이다. 귀와 신이 육신 속에 일체가 되어 살아 숨 쉬는 신적神的 존재인 것이다.
●동짓날이 되니 집집마다 팥죽을 끓여 광이나 샘 등에 떠다 놓거늘 상 제님께서 팥죽이 놓인 곳마다 다니시며 새알심을 찍어 드시고 ‘너도 먹 을래?’ 하며 호연에게도 주시니라. 또 그 많은 팥죽을 하나도 빼놓지 않 고 일일이 마셔 보시거늘 … 호연이 “귀신 먹으라고 모두들 해 놓은 것을 왜 마셔?" 하고 여쭈니 “산 귀신이 무섭지, 죽은 귀신은 안 무서워.” 하시거늘 다시 “죽은 귀신이 무섭지 어떻게 산 귀신이 무서워요? 산 귀신은 먹고 배부르면 자빠지지만, 죽은 귀신은 처먹어도 자빠지지도 안 해요.”하니라. 상제님께서 이에는 대답하지 않으시고 “얻어먹는 귀신 다르고, 귀신도 다 출처가 있는 것이여.” 하시니라. (증산도 『도전道典』 2편71장)
상제님께서 어린 호연과 나누신 말씀에서, 인간이 있음으로써 귀신(천지 간에 있는 일체의 인격적인 영적 존재, 인격신 즉 신명을 말함)이 생겨난다는 우주 심령 세계의 창조(생성)의 핵심 문제를 깨달을 수 있다.
지상을 다녀간 성자나 부처는 물론이고 범부 중생까지도 모두 천지의 속 사람인 귀신의 범주에 속한다. 하지만 세상의 왜곡된 관념 때문에, 성령聖靈이나 신선神仙은 고상하게 알고 귀신鬼神은 해코지나 하기 위해 나타나는 타락한 저급령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은 천지 생명 질서가 내포한 음양의 양면적 바탕과 기틀을 보는 신교神敎의 안목을 잃어버리고, 하늘 중심으로 치우친 외래 종교의 이분법적 사고가 빚어낸 우리 시대의 비극의 한 단면이라 아니할 수 없다.
사후의 삶에 대한 상제님 말씀의 핵심은 인간이 神이 된다는 것이다. 인 간은 지상에서 생활하면서 정신과 육신이 성장되어 가고, 이승의 명줄이 다한 사후에도 천상에서 신명神明으로서 4대 동안 시간여행(30년× 4=120년)을 하면서 영적 성숙을 향해 수행을 계속한다. 이처럼 끊임없는 정진을 통해서만 영적으로 진화•발전하여 궁극적으로 성령聖靈이나 신선仙의 경계를 성취할 수 있다.
●하늘에 가면 그 사람의 조상 가운데에서도 웃어른이 있어서 철부지 아이들에게 천자문을 가르치듯 새로 가르치나니 사람은 죽어 신명神明이 되어서도 공부를 계속하느니라. (증산도 『도전道典』 9편213장)
우리는 상제님 말씀을 통해서 우주의 한 소식을 듣기 위한 구도의 길이 사후에도 계속 이어지며, 지상보다 천상에서의 구도 생활이 더 어렵고 장구한 세월이 걸린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육신을 가지고 하루하루 지상에서 영위하는 생활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알아야 하며, 우리의 생명을 스치고 지나가는 한순간 속에 오묘한 천지의 섭리가 깃들어 있다는 것도 절실히 느껴야 한다.
『이것이 개벽이다 상』-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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