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속의 북조선과 남조선
줄 친 것 만이라도 읽어보셔요~~
목차
1.[이철호의 퍼스펙티브] 돈 떨어진 북한…“물과 공기로만 사는” 나라는 없다
2.[사설] 6·25 70주년, 느슨해진 안보 태세 다잡는 전기 되길
3.[남정욱의 영화 & 역사] "김일성이라는 작자는 정치와 전쟁 구별이 안 되는가"
4.북한, 내년이 진짜 위기인 이유[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 사이]
5.[역사와 현실]우리에게 “남조선”은 무엇입니까
6.간추린뉴스
7.코로나 19확산현황
1.[이철호의 퍼스펙티브] 돈 떨어진 북한…“물과 공기로만 사는” 나라는 없다
[중앙일보] 입력 2020.06.25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사태로 전례 없는 위기 오나
이철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지난해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물과 공기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올해 북한 경제를 분석한 보고서는 섬뜩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지난 1월 한국은행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북한의 가치저장용 달러와 거래용 달러가 감소하면 환율과 쌀값이 불안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2020년 북한경제, 1994년의 데자뷔인가”라는 보고서에서 제2의 고난의 행군 가능성을 예고했다. 대북제재에다 코로나19 사태로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대북 제재 고통과 벼랑끝 전술
전세계는 “비핵화 위한 진통”
핵과 경제의 병진 노선은 망상
비핵화만이 고난의 행군 막아
북한이 대북 전단을 핑계로 한국 때리기에 나선 배경에도 심각한 경제난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대세다. 남측이 대북제재에서 이탈해 ‘북한 퍼주기’에 앞장서라는 협박이다. 뒤집어 말하면 북한 경제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의미다. 우선 ‘제재 효과=제재의 강도×시간’이다. 유엔 안보리는 2016년 4차 핵실험 이후 4중의 제재 그물망을 차례로 쳤다. 〈그림 참조〉 대북 제재도 이 법칙에 따라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 목을 조르고 있다. 이미 북한의 수출은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 이에 비해 수입은 생존을 위해 밀가루·설탕·식용유 등의 생필품을 계속 사들일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대중 무역적자는 지난해 23억7000만 달러로 늘어나 북한 보유 외화가 고갈되고 있다.
북한 경제 구조는 매년 무연탄 수출 10억~13억 달러, 의류 임가공 수출 7억 달러, 해외 파견 노동자 임금 3억 달러, 수산물 수출 1억5000만 달러 등의 큰 덩어리로 짜여 있다. 이렇게 번 외화로 생필품 수입에 따른 20~30억 달러의 무역 적자를 메워 왔다. 하지만 이런 돈줄이 완전히 말라버렸다. 작년 12월에는 9만명의 해외 파견 근로자들이 송환됐다. 북한은 ‘연수’ ‘유학’ 명목으로 다시 중국·러시아 등지에 내보냈지만, 코로나19는 이런 통로조차 막아버렸다. 코로나에 따른 국경 폐쇄로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진 것도 치명타다. 중국은 120여만명의 관광객을 북한에 보내 최대 3억6000만 달러의 수입을 안겨주었다. 이런 달러 박스가 모두 차단되면서 북한은 금단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KDI는 보고서에서 “조금 과장하자면 북한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전 세계에서 가장 크게 피해를 본 나라”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이 봉쇄돼 인적이 끊어진 중국의 단둥 세관. 대북 제재로 북한의 수출이 치명타를 입은 데 이어 코로나 사태가 겹치면서 북한의 대중 수입과 해외 돈줄마저 말라 버렸다. [연합뉴스 ]
최근 북한의 경제위기를 읽을 수 있는 두 가지의 징표가 있다. 하나는 채권 발행이다. 북한은 17년 만에 공채를 발행해 반강제로 국영기업과 일명 ‘돈주(신흥자본가)’로부터 외화를 거둬 국가 예산의 60%를 충당할 움직임이다. 심각한 재정난을 덜고 환율 안정을 노린 포석이다. 또 하나는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이다. 평양의 아파트 건설은 ‘돈주’들과 함께 ‘돈을 넣고 돈을 먹는’ 방식이지만 원산 갈마지구는 오로지 통치 자금으로 세우고 있다. 그런 원산 갈마지구가 2018년부터 완공이 세 번이나 연기된 것은 통치자금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의미다. 심상치 않은 일이다.
여기에다 미국 농무부는 올해 북한 쌀 수확량을 1994년 이후 최저치인 136만t으로 전망했다. 화학 원료 부족으로 비료 생산의 급감을 치명타로 꼽았다. 남측은 2010년 이후 5·24 조치에 따라 대북 쌀·비료 지원을 끊었다. 그럼에도 대남일꾼들은 해마다 “쌀 40만t, 비료 30만t” 카드를 끊임없이 들이밀었다. “비료는 곧 쌀이고 쌀은 곧 사회주의”라며 “5~6월 적기에 뿌리려면 4월 말까지 비료가 들어와야 한다”고 매달렸다. 그런 비료가 올봄엔 코로나19로 중국산조차 들어가지 못했다. 제2의 고난의 행군이 자꾸 어른거리는 이유다.
집안 사정이 기울면 염치를 내려놓고 이웃에 공손히 손을 벌리는 게 상식이다. 거꾸로 북한은 남쪽을 향해 패악질을 부리고 있다. 작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초조하고 불안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시간이 북한 편이 아닌 만큼 가만히 말라죽기 전에 가장 만만한 한국부터 때려 판을 흔들고 있다. 그래야 재선을 앞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달래기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깔려있다. 중국도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우선인 만큼 긴장이 고조돼야 대북 원조에 나설 것이란 계산을 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도박이 의도대로 굴러갈지는 의문이다. 대북제재의 목표는 북한에 고통을 가하는 자체보다 그 고통을 통해 핵 야욕을 좌절시키고 비핵화를 끌어내는 데 있다. 따라서 북한이 거칠게 나올수록 북한의 계산과 정반대로 상황이 흘러갈지 모른다. 단기적으로 북한에 끔찍한 고통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비핵화를 위한 불가피한 진통이라는 세계적 여론이 형성될 소지가 있다.
북한이 엉뚱한 곳을 긁고 있는 것도 문제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한·미 워킹그룹을 남북관계의 파탄 주범으로 지목하자 국내 진보진영도 “한·미 워킹그룹이 족쇄”라며 맞장구쳤다. 하지만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오히려 한·미 워킹그룹이 없어지면 문재인 정부는 미 재무부, 상무부, 검찰 등을 쫓아다니며 각 부처별로 제재 면제를 요청해야 할 판이다. 한·미 워킹그룹의 패스트 트랙을 밟지 않으면 사실상 대북 지원이 불가능한 셈이다.
또 대북제재는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결정한 사안이다. 확실한 비핵화의 담보 없이는 ‘대북제재 완화 또는 해제’ 자체가 어려운 구도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영국은 “북한 핵은 실질적인 위협”이라며 “런던은 미국 LA보다 북한의 핵 탄도미사일에 훨씬 더 가깝다”는 입장이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도 한·프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때까지 제재는 계속돼야 하며 한국도 국제 공조에 협력해 달라”고 압박했다. 따라서 미국만 설득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이미 대북제재 완화는 복잡한 국제 함수가 돼 버렸다.
북한 통일전선부는 “휴전선 부근에서 남측이 몹시 피로해 할 ‘일판’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제든 군사적 도발이 가능하다는 협박이다. 그나마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제 군사 조치를 보류시킨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일시적 속도 조절인지 꼬리 내리기인지는 두고 봐야 할 대목이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최근 “북한은 갈 데까지 가야 남한도 변하고 미국도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마 북한의 속마음을 가장 정확하게 읽은 대목이 아닐까 싶다.
북한이 더는 잃을 게 없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벼랑 끝 전술과 미치광이 전략을 다시 꺼내 들 수 있는 의미다. 하지만 또 하나 분명해진 것이 있다. 북한은 비핵화 없이는 무엇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대북 제재 해제는 물론 완화조차 불가능하다는 게 분명해졌다. 그렇다고 이대로 가면 북한 경제는 질식할 수밖에 없는 것도 불편한 진실이다. 더 이상 핵도 갖고 제재도 푸는 이른바 병진(並進)노선은 망상이고 신기루일 따름이다. “물과 공기만 있으면 살 수 있는” 세상은 없다. 북한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시간이다.
[출처: 중앙일보] [이철호의 퍼스펙티브] 돈 떨어진 북한…“물과 공기로만 사는” 나라는 없다
2.[사설] 6·25 70주년, 느슨해진 안보 태세 다잡는 전기 되길
[중앙일보] 입력 2020.06.25
오늘은 6·25전쟁이 발발한 지 꼭 70년이 되는 날이다. 1953년 7월 정전협정이 맺어질 때까지 3년1개월간 계속된 전쟁에서 국군 전사자 13만7000명을 포함해 민간인 사상자 250만 명, 이산가족 1000만 명 등 당시 남북한 인구 3000만 명의 절반이 넘는 1900만 명이 피해를 보고 한반도 전 국토가 피폐해졌다. 그로부터 70년, 강산이 몇 차례 바뀌는 사이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맨손으로 산업화에 성공하고 민주화를 이뤄냈다. 오늘날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평화와 번영은 지난 70년 동안 우리 국민 모두가 쏟고 흘린 피와 땀이 응결된 결과물임을 잊어선 안 된다.
20대 절반 넘게 북한 전쟁 책임을 부정
북한 감싸기 일관 정부 정책에도 기인
힘의 뒷받침 없인 평화와 자유도 공허
하지만 이 당연한 사실들이 세월의 흐름과 함께 점점 망각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음을 중앙일보가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 한국정치학회 등과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6·25전쟁에 가장 큰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북한을 꼽은 응답자는 세대가 내려갈수록 줄어들어 20대의 경우는 44.1%에 지나지 않았다. 절반 이상이 북한 책임에 동의하지 않거나 유보적이란 의미다. 전 세대를 통틀어 6·25전쟁이 일어난 연대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도 세 명에 한 사람을 넘는 35.7%였다.
6·25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지는 것과 함께 아직도 남북이 휴전선 155마일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잊혀지거나 지워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지난 70년 동안 남북 사이에는 숱한 대화와 협력의 노력들이 있었다. 때로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그런 노력과 성과란 것은 아주 미약한 바람에도 날아갈 수 있는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최근 일련의 사태로 입증되고 있다.
안보 의식의 취약은 안보 태세가 허술해지는 결과로 직결된다. 최근 빈발하고 있는 군 기강해이 사고 등이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더구나 이런 현상의 원인이 상당 부분 정부의 대북 정책 혼란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에 눈을 감고 북한 감싸기에만 급급했다. 여당은 국회에서 판문점 선언을 비준하고 종전선언을 법제화는 데만 힘을 쏟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돌아온 것은 북한이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를 스스로 걷어차버리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참담한 결과였다.
정부와 국방 당국의 대응은 여전히 유약하다. 대표적인 것이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다”고 한 정경두 국방장관의 발언이다. 세금이 투여된 국민의 공유 재산에 손해를 가한 것을 명백한 적대행위로 받아들이는 국민 여론과는 동떨어진 발언이었다. “포로 폭파 안한 게 어디냐”고 한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의 발언도 있었다. 언제까지 이런 발언에 국민이 인내심을 발휘해야만 하나.
“전쟁에 대비하는 것은 평화를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의 하나”라고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말했다. 6·25전쟁에서 우리가 새겨야 할 교훈은 바로 이것이다. 힘의 뒷받침 없이 입으로만 외치는 평화만큼 공허한 구호는 없다. 평화와 자유에 공짜란 없다. 6·25전쟁 70주년을 맞는 오늘, 우리의 국방 태세와 정부의 대북 정책, 국민의 안보 의식을 총체적으로 되돌아 보는 소중한 하루로 삼기를 바란다.
[출처: 중앙일보] [사설] 6·25 70주년, 느슨해진 안보 태세 다잡는 전기 되길
3.[남정욱의 영화 & 역사] "김일성이라는 작자는 정치와 전쟁 구별이 안 되는가"
조선일보 남정욱 작가 2020.06.25 03:11
'고지전' 남정욱 작가
계획서만 놓고 보면 북한의 6·25 남침은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다. 독소(獨蘇) 전쟁 영웅 바실리예프 중장이 꼼꼼하게 설계한 이 전쟁에서 그러나 북한은 초기 기습 말고는 제대로 성공한 게 하나도 없다. 원래 계획은 38선에서 부산까지 거리를 480㎞로 잡고 일일 평균 10㎞를 진격해 50일 만에 전쟁을 끝내는 것이었다.
그게 딱 8월 15일로 해방 5주년 기념식을 서울과 부산과 평양에서 동시에 진행할 생각이었으니 참으로 가슴 뭉클한 설정 아닌가. 그러나 계획은 계획일 뿐이라는 명언은 이 전쟁을 비껴가지 않았다. 1950년 10월 1일 맥아더는 김일성에게 무조건 항복을 요구한다. 해주에서 아침, 평양에서 점심, 신의주에서 저녁 따위 허언이 아니었다. 너희의 무력 도발이 군사적으로 무의미하게 되었으니 나의 아량에 호소하라는 사실상 패전 통보였다. 계획은 대체 어디부터 틀어진 것일까.
6·25 남침은 기본적으로 소련군의 교리에 따른 기동전이다. 빠른 공격을 통해 최소 전투로 결정적 승리를 달성하는 것, 이게 기본이다. 같은 기동전이라도 소련과 독일의 기동전은 살짝 다르다. 소련군은 철저한 중앙 통제에 적 부대 격멸이 목표다. 반면 독일군은 현장 지휘관의 재량을 일부 허용한다. 북한군은 중앙 통제에는 충실했지만 적 격멸에는 부실했다.
6월 27일 북한 제105 전차 여단은 한강교 점령을 앞두고 있었다. 이어지는 절차는 양익(兩翼) 포위에 따른 국군 주력 박멸. 이 상황에서 김일성은 황당한 명령을 내린다. 전차 여단 목표를 변경해 한강교 대신 중앙청, 서대문 형무소 그리고 방송국을 점령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점령 지역을 통제하고 방송으로 공산주의를 선동하겠다는 이 발상으로 결국 북한군은 사흘 동안 서울에 발이 묶인다. 소식을 들은 스탈린은 긴급 전문을 보냈다. "조선 군사 당국은 전진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는가." 이 문장을 의역하면 이렇게 되겠다. "김일성이라는 작자는 정치와 전쟁 구별이 안 되는가." 가까이 있었으면 아마 때렸을 것이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북한군의 전쟁 수행을 어렵게 만든 또 한 요인은 군 지휘관과 정치위원이라는 소련식 이원 조직 체계였다. 영화 '고지전'이나 '포화 속으로'를 보면 북한군 지휘관에게 툭하면 태클을 거는 장교가 등장한다. 흔히 정치장교라고 부르는 이 인간들의 임무는 지휘관 감시다. 가뜩이나 중앙 통제로 융통성 발휘가 어려운 상황인데 시어머니까지 들러붙어 잔소리를 해대니 전투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리 없다. 영화에서는 군 지휘관이 태연하게 정치위원 의견을 깔아뭉갠다. 전쟁을 모르니까 그따위 멍청한 소리를 하는 것이라며 훈계까지 하신다. 현실에서 그렇게 간 큰 지휘관은 없었다. 기개는 잠시지만 감당은 오래다.
전쟁으로 한반도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다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20세기에 세워진 두 성공적인 나라가 있다. 이스라엘과 대한민국이다. 두 나라의 공통점은 전쟁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1948년 5월 이스라엘 건국 선언과 동시에 주변 아랍국들이 축하한다며 선물을 보내준다. 북쪽에서는 레바논과 시리아, 동쪽에서는 요르단과 이라크, 그리고 남쪽에서는 이집트가 한꺼번에 침공한 것이다.
다음 해 3월까지 이어진 이 전쟁을 통해 이스라엘은 국가의 틀이 잡힌다. 다른 점은 이거다. 이스라엘은 이후로도 1973년까지 피 말리는 전쟁을 세 번 더 치러야 했다. 그리고 오늘날의 이스라엘이 되었다. 대한민국은 3년짜리 하나 끝내고 이후로는 전쟁 걱정 없이 경제에 집중할 수 있었다. 새우가 고래를 물고 늘어진 끝에 얻은 한미 동맹 덕분이다.
종전이 아니었기에 모병은 계속되었다. 60년대 대한민국 군대는 65만명으로 국군의 모태인 경비대 시절 6000명에 비하면 100배가 늘었다. 당시 우리보다 인구가 많았던 필리핀은 2만명 안팎이었다. 군인 많은 게 뭐 좋은 일이냐고? 공교육이 확대되기 전 군대는 20대 청년들의 교육 훈련 기관이었다. 1970년대 대기업 건설사에서 일하던 사람들에게 그 기술 어디서 배웠냐 물으면 답은 하나였다. "군에서 배웠습니다." 6·25가 없었더라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다. 나라 지키다 다치고 죽은 병사들에게도 좋은 일이었냐 물으실 수 있겠다. 그래서 호국 뒤에는 보훈이라는 말이 따라오는 것이다. 보훈을 제대로 하지 않는 나라는 절대 호국 같은 소리 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이 그런 것 같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25/2020062500028.html
4.북한, 내년이 진짜 위기인 이유[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 사이]
주성하 기자 입력 2020-06-25
“이렇게는 못 살겠다”며 시작된 튀니지 반정부 시위는 ‘아랍의 봄’의 도화선이 됐다. 세계적인 경제 침체는 가난한 독재 국가들을 무너뜨렸다. 2011년 1월 튀니지 수도 튀니스 반정부 시위 모습. 동아일보DB
강한 바람은 높은 파도를 만든다. 하지만 바람이 불자마자 파도가 일진 않는다. 일정한 시차를 두고 높아지고, 바람이 멈춘 뒤에도 오랫동안 사그라지지 않는다. 파도가 갑자기 높아지면 배들이 침몰한다. 작고 낡은 배가 먼저 뒤집힌다. 세계 주가 대폭락이라는 강풍도 이와 비슷한 현상을 만든다. 그런데 21세기에 접어들면서 흥미로운 양상이 나타났다. 주가 대폭락 1년 뒤쯤부터 허약한 독재국가들이 마치 태풍 만난 낡은 배처럼 뒤집어진 것이다.
21세기 들어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대폭락이라 정의할 수 있는, 직전 고점 대비 35% 이상 하락한 사례는 세 번이다. 첫째는 2000년 1월 11,722.98을 기록했던 다우지수가 2002년 9월 7,591까지 하락했을 때다. 고점 대비 약 35% 빠졌다. 둘째는 2007년 10월 13,930을 찍었던 다우지수가 1년 4개월 뒤인 2009년 2월 7,062로 무려 49.5%나 떨어졌을 때다. 국제 금융 위기였다. 셋째는 올해 2월 13일 29,550을 기록했다가 40일 뒤인 3월 24일 18,576으로 고점 대비 약 37% 하락한 것이다.
이렇게 주가가 고점 대비 35% 이상 떨어지면 이듬해에 독재국가들이 도미노처럼 줄줄이 무너졌다. 2003년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의 붕괴는 미국의 침공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지만, 이라크를 제외하고도 2003년부터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에서 독재 정권들을 줄줄이 무너뜨린 ‘색깔 혁명’이 일어났다. 2003년 장미 혁명으로 그루지야(현 조지아)에서 11년 집권했던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가 축출됐다. 2004년엔 우크라이나 오렌지 혁명으로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2005년엔 튤립 혁명으로 키르기스스탄에서 15년간 장기 집권했던 아스카르 아카예프가 각각 권좌에서 밀려났다.
2009년 주가 대폭락이 벌어졌던 이듬해인 2010년 튀니지에서는 아랍의 봄이 시작돼 제인 벤 알리가 쫓겨났다. 이어 리비아에서 무아마르 알 카다피, 이집트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예멘에서 알리 압둘라 살레, 알제리에서 압델 아지즈 부테플리카, 수단에서 오마르 알 바시르가 줄줄이 무너졌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도 붕괴 직전까지 갔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대공황 수준의 주가 폭락이 오면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에 충격이 간다. 이 충격을 가장 크게 받는 국가들은 선진국이 아니라 경제가 허약한 독재국가들이다. 다우지수가 하락하면 미국이 최대 피해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달러를 미국으로 뽑아가는 바람에 중남미,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가 더 큰 피해를 받는 이치를 떠올리면 된다. 가난한 청년의 분신이 도화선이 된 아랍의 봄처럼 붕괴된 독재국가들에선 경제 악화가 시위를 불렀다.
다우지수가 37% 이상 빠진 올해의 경우 엄청난 유동성에 힘입어 V자 반등에 성공한 듯 보이지만, 전 세계 실물경제는 이미 큰 타격을 입었다. 그렇다면 과거 사례에서 보듯이 이 충격이 내년부터 가장 허약한 독재국가들에 미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타격을 볼 가능성이 높은 독재국가로 이란과 북한, 투르크메니스탄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이 중 코로나와 원유 가격 하락으로 큰 피해를 본 이란이 가장 위험해 보인다. 북한 역시 강력한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셀프 봉쇄로 급속히 허약해지고 있다. 명색이 국가인지라 내년까지는 충격을 버틴다고 해도 그 이후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사례를 보면 소련이 멸망한 뒤 3, 4년 잘 버티다 1994년 하반기에 접어들며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사람들이 굶어죽기 시작했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통일부에서 ‘북한정세지수’란 것을 개발했다. 아마 내년에 이 지수의 위기 점수가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인다. 21세기 들어 지금처럼 북한 내구력이 취약해졌거나 또 취약해질 것으로 예상된 적은 없다.
주가가 V자 반등에 성공해 내년까지 유지되면 김정은 체제는 훨씬 버티기 수월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올가을에 팬데믹이 다시 시작된다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는 올 2분기와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라는 배가 그런 충격에도 전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말하긴 쉬워도, 막상 현실화되면 무서운 시나리오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5.[역사와 현실]우리에게 “남조선”은 무엇입니까
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 chonmyongdo@naver.com
경향신문 2020.06.25
살기가 어려워도 희망 없이는 살 수가 없다. 어려움이 클수록 고통을 벗어난 이상세계를 향한 동경도 커지는데 이것이 인간 역사의 모습이다. 조선 후기에도 그러했다.
그때 많은 사람이 어지러운 사회경제적 현실에 괴로워했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과감한 개혁이 필요한 때였다. 그러나 조정 대신들은 그들 자신이 속한 기득권층의 이익에 봉사할 뿐이었다. 그들은 백성의 편에 설 생각이 없었으므로 조정의 실정에 분노하는 사람들의 수가 자꾸만 늘어났다. 그들 중에는 하루빨리 조선왕조가 망하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다가올 새 세상에 희망을 걸었다. 그들은 <정감록>이라는 정치적 예언서를 삶의 교과서로 삼았다. 이 책은 누가 저술했는지도 알 수 없으나, 영조 때 역사의 표면으로 떠오른 것만은 사실이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엄금했으나, <정감록>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졌다.
곧 세상을 구원할 진인이 나타나 모두를 새 세상으로 인도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책이었다. 그때가 되면 현세의 고통은 봄눈 녹듯 사라지고, 사람들이 가슴 깊이 간직해온 바람이 하나씩 이뤄진다는 예언, 그 약속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9세기를 지나는 동안 세상에는 흉한 일이 더 많이 일어났고, 그럴수록 <정감록>은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었다.
20세기의 역사가 육당 최남선은 <정감록>이 전파한 이상세계를 ‘남조선(南朝鮮)’이라 불렀다. ‘남조선이란 무엇입니까’라는 글에서 그는 흥미로운 설명을 붙였다(최남선, <조선의 상식>, 1946). 우리말에서는 남쪽을 ‘앏(앞)’이라고 하므로, 앞으로 전개될 조선, 즉 미래의 한국이 남조선이라는 말이다.
최남선은 ‘3·1 독립선언서’ 필자이자 민족주의 역사가였다. 그런데 일제에 협력한 오점으로 친일 시비에도 휘말린 비운의 주인공이다. 그가 수백년간 한국인의 가슴 깊이 파고든 이상세계의 본질을 탐구했다는 사실이 내겐 무척 흥미롭다.
알고 보면 18세기에도 보통 사람들의 마음으로 이상세계를 그린 지식인이 있었다. 당대 제일의 문장가 연암 박지원이었다. <허생전>이란 작품에서 그는 주인공 허생을 통해 이상세계 모습을 구체화했다. 허생은 사회적 불만이 사라진 세상을, 누구도 가난에 시달리지 않는 풍요로운 사회를 선보였다. 박지원은 누구보다 박식했고 당대의 현실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졌으니, <정감록>의 유행을 모를 리 없었다. 그러므로 <허생전>은 이상세계를 동경하던 동시대인들에게 주는 작가의 특별한 선물이었다 생각한다.
박지원의 지적 전통을 계승하면서, 최남선은 한국인의 이상세계에는 3가지 특징이 있다고 진단했다. 첫째, 어느 한 사람이 꿈꾸는 이상세계가 아니라, 역사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저절로 각인된 바람직한 사회상이라는 점이다. 옳은 말이다. <허생전> 역시 박지원 한 사람의 창작이라기보다는 세상 사람들이 오랫동안 주고받은 담론의 결과물이라고 봐야 한다.
둘째, 한국 사람들은 이상세계조차 고착된 불변의 모습이 아니라 가변적인 모습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우리가 바라는 이상세계는 시대적 변화에 발맞추어 깊이도 더하고 폭도 더 넓어질 수 있는 유연성이 있다고 했다. 지난 반세기의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보아도 우리는 늘 새로운 지향점을 선택했다. 현대사의 역동성을 고려할 때 최남선의 주장은 옳은 것 같다.
끝으로, 한국인의 이상세계는 유난히 현실적이고 실천적이라고 최남선은 말했다. 그의 판단처럼 식민지 시대에는 민족 해방이 이상이었고, 해방 뒤에는 사회적 혁신이 우리의 이상이었다. 시대변화에 부응하면서도 우리의 가치관과 양심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이 시끄럽고 불안하기만 한 요즘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지구 곳곳에서 일자리가 많이 사라졌고, 앞으로 세계경기가 어떻게 될지 오리무중이다. 먹고사는 일도 어려운 판에 한반도를 둘러싼 공기는 더욱 무겁기만 하다. 별일 없을 줄로 믿었던 남북관계까지도 삐걱댄다. 일본과의 긴장도 풀릴 조짐이 없는 데다 중국과 미국의 갈등 속에서 한국이 설 자리는 어딜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더 큰 희망을 이야기해야겠다. 당신과 나의 이상세계는 어떤 모습으로 언제 와야 할까.
6. 간추린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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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죄..나의 전쟁은 53년간 계속됐습니다.
북 대남 확성기 사흘만에 철거...남 비난기사들도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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