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제타격설' 실체와 가능성
[신율의 정치 읽기] 12월 18일 '北 선제타격설' 실체와 가능성
입력 2017.12.11. 11:18
북한이 ICBM급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의 도발에 미국 등 주변국이 마땅히 대처할 방안이 없다는 게 문제다. 사진은 최근 진행된 한미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중 미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랜서’와 한미 양국 전투기가 편대 비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다시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을 정상 각도로 쏠 경우 사정거리가 1만㎞를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거리만 놓고 봤을 때는, ICBM이 확실하다. 하지만 아직 확인 안 된 것들이 있다. 과연 북한이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능력이 있는가 그리고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가다.
핵탄두 탑재 능력을 보면 북한이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했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룬다. 미국 VOA 보도에 따르면, 이번 미사일은 수백㎏ 정도 중량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어 북한은 핵무기를 장착하기 충분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사일은 600㎏ 정도의 탄두를 장착하고 1만㎞ 이상을 날아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뿐 아니라 지난 12월 2일 북한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추정할 때 북한의 핵무기 제조 능력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는 판단이 타당해 보인다. 12월 2일 북한의 함경북도 길주군에서 진도 2.5의 지진이 또 발생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한 이후 그 여파로 발생한 네 번째 지진이다. 이는 6차 핵실험이 북한 주장대로 수소탄 혹은 수소탄급이라 추론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를 제공한다. 수소탄급이 아니면 이 정도로 지질구조에 변화를 주기 힘들 것이다. 수소탄이 맞다면, 핵무기의 소형화·경량화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 수소탄은 작은 크기와 규모로도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는 무기이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대기권 재진입 문제다. 미국 측은 이번 미사일 발사에서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은 실패했을 것이라 추정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조만간에 충분히 재진입 기술을 확보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어쨌든 북한은 화성 15형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대화의 전제는 자신들이 ‘핵보유국’임을 미국이 인정하라는 것이다. 이미 예상한 일이다. 단지 예상보다 시기가 조금 빨라졌다는 점 말고는 놀랄 일은 아니다.
여기서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또 다른 측면은, 미국이 이 같은 북한 제안을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는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아직도 다음과 같은 희망 섞인 얘기들을 한다. 미국이 핵동결을 전제로 북한과의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현재 북한의 핵 능력을 과소평가하거나 아니면 현실을 외면한 주장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거의 완성했다 볼 수 있는 상황에서 북한 핵동결 주장은 결국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자는 소리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다시 말해 지금 북한에 대한 핵동결 주장은 의미가 없다.
ICBM 기술까지 거의 완성하려는 상태라면 이런 주장은 더욱 설득력이 없다. 작금의 상황에서 미국은 북한 핵 위협을 ‘실제 상황’이라 인식할 수밖에 없다. 미국 입장에서 현재 상황은 동북아에 대한 영향력 축소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따라서 지금 상태에서의 동결은 미국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미국의 상황 인식이 이렇다면, 미국은 어떻게든 상황을 ‘해결하려’ 할 것이다. 한마디로 미국이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북한을 달래려 하기에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 나갔다.
지금 미국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한 가지는 이란이나 우크라이나처럼, 여러 나라가 공동으로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해주고 전폭적인 경제 지원을 해줌으로써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는 무력 옵션 행사다.
첫 번째부터 보자. 이 안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이 거부할 것이다. 김정은이 바보가 아닌 이상, 리비아의 카다피나 우크라이나 그리고 이란을 보고서도 미국의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두 번째 경우는 어떨까? 무력 옵션의 첫 번째 단계로 해상봉쇄가 있다. 해상봉쇄의 전 단계로 해상차단이 있는데, 봉쇄와 차단은 차이가 있다. 해상차단 작전은 대상 국가에 대해 국제적 제재 조치를 이행하기 위해 금지구역을 설정하고 출입 선박의 위치 확인, 식별 나포 등을 실시하는 작전을 뜻한다. 반면 해상봉쇄는 적국 해상을 무력으로 봉쇄해 외국과의 교역과 통항을 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다. 해상차단이 해상봉쇄보다는 그 강도 면에서 덜하다고 할 수 있지만, 군사적 조치라는 차원에서 보자면 마찬가지다. 둘 다 작전 수행 과정에서 북한과의 무력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분명한 점은 이제 미국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이런 군사적 조치 말고는 별로 없다는 것이다. 군사적 조치 말고 한 가지 남은 것은 원유 공급 중단이다. 원유 공급 중단은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중국이 이에 동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때문에 이래저래 남은 것은 군사적 차원의 대응이다. 우리 정부도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가입돼 있기 때문에, 해상봉쇄는 몰라도 최소한 해상차단에는 적극 동참할 것이다. 물론 해상봉쇄가 실시되면 여기에 참여할지는 모르겠다. 해상차단은 앞에 언급한 PSI의 일환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와의 공조라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지만, 해상봉쇄는 국제적 공조 차원이라기보다는 미국 주도 작전에 참가하는 것이라 우리로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압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해상차단에 동참하더라도 문제는 있다. 아무리 국제적 차원의 공조라 해도, 해상차단이 실질적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럴 경우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영역에서의 활동을 어느 정도 용인해야 되는가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상황이 획기적으로 변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점진적으로 북한의 핵폐기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도 사실상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 12월 3일(현지 시각) 대북 선제공격 논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대북 강경파로 유명한 그레이엄 의원은 이날 미국 매체 CBS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시간이 부족하다”며 “트럼프 정부의 정책은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을 공격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지 않는 것이란 선제공격이 최후의 수단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의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매일마다 전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고 밝혔다. 이들의 언급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곤란한 측면도 있지만, 흘려들어서도 안 된다. 미국 측의 이런 시각은 북한에 겁을 주며 핵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일종의 전략일 수도 있겠지만, 미국 측의 진짜 속내로 볼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여기에 12월 8일까지 미국과 우리나라는 폭격기와 전투기를 총동원한 연합훈련을 단행했다. 이 훈련에는 모두 230여대의 항공기가 투입됐다. 북한의 전략 요충지 700곳을 한꺼번에 무력화·초토화시킬 수 있는 화력이라고 한다. 현재 미국은 북한 방사포와 장사정포를 어떻게 무력화할 수 있는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번 훈련은 바로 그런 차원에서도 그냥 보아 넘기기 힘들다.
일본의 일부 언론은 12월 18일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할 것이라는 보도까지 하고 있다. 그 근거가 과연 무엇인지 알 수 없고, 속칭 ‘지라시’성 보도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보도의 허구성은 차치하고서라도 주변국들이 최소한 지금 상황을 그만큼 위중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상황이 이렇듯 급박하게 흘러가고 있음에도 우리 사회는 아주 차분하다.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너무 북한 도발에 무감각해진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무감각 때문에 차분해 보이는 것이라면, 막상 일이 터졌을 때나 상황이 악화됐을 때 오히려 더욱 당황해서 우왕좌왕할 수 있다. 때문에 무감각은 우리가 지금 가장 경계해야 할 요소다. 이런 시기에 가장 필요한 것은 냉정함과 이성에서 비롯된 차분함이다. 이런 차분함만이 올바른 판단력을 제공할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37호 (2017.12.13~12.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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