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파고-생활혁명 4.0] 현실이 된 꿈의 기술.. 新문명 날개를 펴다
정지혜 입력 2018.01.01.
자율주행차.. 수술봇.. AI비서.. 무인·정밀화로 삶의 질 획기적 향상 / '지능형AI' 인간의 사고·판단력·융통성에 경험치까지 습득 진화 / 로봇과 경쟁 아닌 협동 통해 증강화된 미래 시대 나아갈 때
‘로봇 약사가 지어준 약을 먹고, 3D 프린터로 만든 자동차를 타며, 기업 이사회에 인공지능(AI) 로봇이 대신 참석하는 세상.’ 이제 정말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앞으로 5∼10년 안에 현실화될 것이라고 세계경제포럼(WEF)이 예상한 미래 기술의 몇 가지 활용 사례다. 공상과학소설과 영화 속에서나 보던 꿈의 기술은 어느덧 실제로 눈앞에 다가왔다. 이 같은 4차 산업혁명의 파고는 우리 일상의 혁신은 물론 ‘한계비용 제로 사회’로 이끌어 기존 자본주의에서 확립된 경제활동 방식까지 뒤흔들고 있다. 변화의 폭이 큰 만큼 관련 법과 규제 손질의 목소리도 높다. 기대와 두려움 속에서 피할 수 없게 된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우리는 어디까지 왔고 얼마나 대응할 준비가 돼 있을까.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고도화된 미래 기술의 키워드는 크게 ‘무인화’와 ‘정밀화’다. 인간이 개입하는 비중을 점점 낮춰 온 각종 기술과 시스템은 마침내 완전한 무인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매킨지에 따르면 소비자 후생과 비용 절감에 크게 기여할 4차 산업혁명은 2030년 기준 기대되는 총 경제효과가 4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궁극의 기술’로 이뤄낼 생활혁명은
최근 가장 큰 화두가 되는 미래 기술은 단연 ‘자율주행차’다. 운전자 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최고 단계의 자율주행차가 드디어 실제 도로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009년 자율주행차 개발에 착수한 이 분야 선두주자 구글은 2017년 말 도로에서 자율주행차 시험운전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구글은 피아트 크라이슬러 자동차와 합작해 미니밴에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100대의 시험용 차량을 생산했다. 지엠도 지난해 초 디트로이트 공공도로에서 자율주행차 쉐보레 볼트의 시험운전을 시작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완전한 자율주행차의 도로운행은 당초 2020년쯤으로 예상됐지만 이처럼 수년이 앞당겨지면서 기대감을 한층 더하고 있다.
우리 생활에 급속히 파고드는 또 다른 혁신은 ‘AI(인공지능)’에서 비롯되는 중이다. 빅데이터를 원료로 삼는 AI의 핵심기술은 머신러닝, 자연어 처리, 이미지 인식 등이다. 이를 활용한 주력 시장은 금융거래 알고리즘, 이미지 분류, 환자 데이터 처리, 각종 예측 서비스 분야 등에서 형성되고 있다. AI는 지난해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액만 390억달러(약 42조원)에 이를 정도로 뜨거운 시장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AI 스피커’ 경쟁이 치열해지며 생활 속 각종 편의를 돕는 AI 비서 형태가 각광받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SK텔레콤의 ‘누구’, KT의 ‘기가지니’를 비롯해 네이버의 ‘웨이브’, 카카오의 ‘카카오미니’ 등이 잇따라 출시돼 관심을 모았다. 기대 이상의 인기에 삼성전자도 내년 상반기 중 빅스비를 탑재한 AI 스피커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의 이 분야 선도 업체는 아마존의 알렉사로, 음성인식 기술을 API 형태로 공개하며 160여개에 달하는 응용 서비스를 탄생시켰다.
인간을 위협할 정도로 똑똑해진 AI 두뇌의 ‘로봇’들은 불과 몇년 전까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기술의 진화를 보여준다. 월스트리트에서 활약하고 있는 ‘켄쇼’는 인간을 능가하는 로봇의 대표선수다. 켄쇼는 연봉 35만∼50만달러의 금융맨이 40시간 걸려 하는 기업 실적과 경제수치 분석을 2∼3분 만에 끝낸 후 골드만삭스로 보고서를 보낸다. 지난해 10월엔 로봇 최초로 시민권(사우디아라비아)을 획득한 휴머노이드 로봇 ‘소피아’가 화제를 모았다. 이밖에 극한 상황에서 인간을 대신해 현장에 투입되는 재난로봇, 교육 현장에 투입되기 시작한 코딩로봇, 사람의 손으로 수술이 불가능한 부위나 상황에서 정교한 치료를 해 내는 의료로봇 등 상상을 초월한 진화가 이뤄지고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3D 프린터를 갖춘 스마트공장에서의 ‘제조업 4차 혁명’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변화다. 부품과 기계가 상호 교신하면서 주어진 설계에 상응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스마트공장은 이전까지의 대규모 생산이 아닌 ‘맞춤형 온디맨드(소비자 수요에 맞춘 즉각생산) 경제’를 실현한다. 1993년 마지막 공장 문을 닫은 지 23년 만에 독일에서 생산을 재개한 아디다스의 스피드팩터리는 스마트공장 도입 후 상주인력 10여명, 100% 로봇 자동화 공정으로 연간 운동화 50만켤레를 생산하고 있다. 공장 지능화뿐 아니라 소재부터 부품 조달 기업까지 모두 디지털 네트워크로 연결된 것이 특징이다. 소비자가 선택한 수많은 옵션을 반영한 맞춤 제품이 단 5시간 안에 만들어질 수 있는 이유다. 기존 생산방식으로는 약 6주가 걸리는 작업이다.
◆‘무인 기술’로 꿈꾸는 인간성 회복의 시대
3차 산업혁명이 자동화를 이뤄냈다면 4차 산업혁명은 여기에 지능화를 더해 완전한 무인화를 목표로 발전해 왔다. 그 결과 빅데이터, 머신러닝, AI 등을 활용해 인간의 사고력, 판단력, 융통성, 사회적 경험치들을 습득한 ‘똑똑한’ 기계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로봇이나 AI 등장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보다는 ‘상생과 협업의 존재’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로봇이 궂은일을 대신하는 동안 우리는 기계가 범접할 수 없는 가장 인간적인 영역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인 시스템의 발달이 역설적으로 인간성 회복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셈이다.
한재권 한양대 교수(융합시스템학)는 “인간과 로봇은 완전히 다른 분야로 발전하고 있으므로 영화적 상상력으로 AI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인간은 로봇이 가질 수 없는 수만년 진화의 산물인 창의력, 즉흥성, 엉뚱함, 실수하는 본성 등을 타고났으며 이러한 ‘인간적인’ 부분을 경쟁력으로 키워야 한다는 것. 로봇은 우리가 부족한 것을 채울 도구일 뿐이며 로봇과는 경쟁 아닌 협동을 통해 ‘증강화된 인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한 교수는 설명했다. 오준호 카이스트 교수(기계공학)도 “자율주행차와 의료로봇 등은 트럭기사와 의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쾌적하게 일하도록 하는 장치”라며 “내년부터는 이 같은 로봇에 대한 관심이 한층 더 고조되며 시장의 요구도 구체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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