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비웃는 영악한 바이러스, 코로나19이후 뉴노멀시대
인류 비웃는 영악한 바이러스..경험하지 못한 생활방역 시대 성큼
음상준 기자,이영성 기자 입력 2020.04.16. 06:00 수정 2020.04.16. 09:43
[코로나로 바뀐 세상] < 상> 유행기간 최소 6개월, 길면 2년
혼자라서 더 안전한 세상..일상생활 곳곳에 방역 스며들어
[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 일상을 극도로 좁게 만들었다. 먹고 마시며 일하고 공부하는 모든 일상생활에서 비대면(언택트·untact)이 대세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뉴 노멀(new normal·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한 표준)의 씁쓸한 단면이다. <뉴스1>은 코로나19가 대한민국에 끼친 영향과 그 의미를 상·하 2회에 걸쳐 조명한다.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이영성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인류를 비웃는 영악한 바이러스다. 현대의학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와 세상을 휘젓고 다닌다. 전 세계 보건당국이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우왕좌왕한 것도 이 바이러스의 고약한 특성 때문이다. 전문가라도 눈으로는 알아채기 어렵다.
통상 감염병은 중증 환자일수록 많은 바이러스를 배출한다. 코로나19는 이런 통념을 깨트린다. 오히려 증상이 발현하기 1~2일, 길게는 3일 전부터 바이러스를 뿜어내 조용한 전파를 일으킨다.
젊고 건강하다면 코로나19에 걸려도 아무런 증상을 느끼질 못할 공산이 크다. 이로 인해 대규모 무증상(무자각) 전파가 이뤄지고, 노인과 기저질환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염돼 생사를 오간다. 코로나19가 스텔스(stealth) 바이러스로 불리는 이유다.
◇메르스 교훈도 코로나19엔 무용지물…백신 개발 빨라야 2년, 치료제 속도전
방역당국은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더라도 코로나19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과 같은 계열의 코로나바이러스란 점에서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통제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과거의 교훈이 코로나19에는 잘 통하지 않았다.
어렵사리 하나를 알아내면 모르는 또 하나가 생기는 식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인류가 이룩한 첨단 과학기술도 신종 감염병 앞에 무력했다"며 "이 감염병을 이겨내려면 지금 우리는 한없이 겸손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와의 싸움은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2일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계속되고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국내외 전문가는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을 코로나19 유행 기간으로 예측하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백신은 확진자 발생을 예방하고 치료제는 사망자를 줄인다는 점에서 두 의약품이 같이 개발돼야 방역 효과를 극대화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치료제와 백신은 이르면 2021년쯤 출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상용화에 가까이 다가선 신약 물질은 다국적 제약사 길리어드가 개발한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다.
우리나라도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과 민간기업, 연구기관 등이 공동으로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방역당국은 완치자 혈액을 이용한 혈장치료제는 이르면 2~3개월, 항체의약품은 2021년쯤 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신 개발 등에 투입되는 지원금도 2100억원에 달한다.
◇'밥 먹었어요' 대신 '손 씻으셨어요'…함께보다 혼자가 안전한 시대
코로나19가 촉발한 뉴 노멀(new normal·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한 표준) 풍경도 우리 일상에서 속속 확인되고 있다. 방역은 이제 귀찮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규범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안부인사도 '밥 먹었어요' 대신 '손 씻으셨어요'라고 묻는 분위기다.
2030 젊은 직장인이 그토록 싫어하던 회식 문화도 자취를 감췄다. 하늘을 뿌옇게 만든 미세먼지에도 끄떡 않던 사람들이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한다. 기침을 할 때 옷소매로 코와 입을 가리는 기침예절은 지키지 않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 됐다.
혼밥(혼자서 밥 먹기), 마주 보는 대신 나란히 앉아서 밥을 먹는 것도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회사나 학교에서는 개인 컵을 사용하고, 1~2m 이상 떨어져 대화하는 것도 일종의 매너로 받아들여진다. 아이는 학교를 가는 대신 노트북으로 화상수업을 듣는다.
뉴 노멀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누가 뭐래도 방역이다. 유일한 순기능은 수십년 걸리는 공중보건 수준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는 점이다. 친목을 다지기 위해 술잔을 돌렸다간 손가락질을 받게 된다.
숨 쉬고 머무는 모든 공간에서 방역을 실천하고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다. 그런 의미에서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이 지난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세상은 이제 다시 오지 않는다"고 강조한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극적인 변화를 시작한 곳은 코로나19 사태 최전선에 있는 병원이다. 이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병원을 방문하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다. 병문안은 전화통화로 빠르게 대체 중이다. 선거판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후보자들은 유권자와 악수 대신 눈인사, 주먹인사를 나눴다. 예전 같으면 표 떨어진다고 펄쩍 뛸 일이었다.
근로 문화, 놀이 문화에 곳곳에도 방역이 침투 중이다. 아파도 회사에 출근하는 것은 성실한 게 아니라 조직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행동이다. 자택근무를 권장하는 기업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젊은 청춘은 늦은 시간까지 집 밖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대신 컴퓨터 게임으로 친구와 교감한다. 경제 및 산업계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공유경제는 빠르게 몰락하는 반면 비대면 서비스 기업은 나날이 몸값이 치솟고 있다. 어쩌면 2년간 유지될 코로나19 이후 세상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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