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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코드/황극경세서皇極經世書

황극경세서 어초문대 [3]

by 태을핵랑 2017. 12. 14.

황극경세서 어초문대 [3]

 

漁樵問對 [3]

 

 

 

*편의상 대화부분에서 고기잡이는 `漁` , 나무꾼은 `樵`로 표현했음.

 

■ 고기잡이가 나무꾼에게 말하였다.

 

漁 : 천하가 앞으로 다스려지려 하면 사람들은 반드시 행위를 숭상하고 천하가 앞으로 어지러워지려 하면 사람들은 반드시 말을 숭상하게 됩니다. 행위를 숭상하면 독실한 풍속이 행해지고 말을 숭상하면 괴상한 풍속이 유행하게 됩니다. 천하가 장차 다스려지려 하면 사람들은 의義를 떠받들게 되고 천하가 장차 어지러워지려 하면 사람들은 반드시 이利를 떠받들게 됩니다. 의義를 숭상하게 되면 겸양의 풍속이 행해지게 되고 이利를 숭상하게 되면 빼앗는 풍속이 유행하게 됩니다. 삼왕三王은 행위를 숭상하였고 오패五覇는 말을 숭상하였습니다. 행위를 숭상하는 자는 반드시 의義로 들어가고 말을 숭상하는 자는 반드시 이利로 들어갑니다. 의義와 이利가 서로 떨어진 거리가 어찌 이처럼 멉니까! 이로써 입으로 말하는 것이 몸으로 행하는 것보다 못하고 몸으로 행하는 것이 마음으로 다하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입으로 말하는 것은 사람이 얻어서 듣고 몸으로 행하는 것은 사람이 얻어서 보며 마음으로 다하는 것은 신神이 얻어서 알게 됩니다. 사람의 슬기로움을 오히려 속이지 못하는데, 하물며 귀신의 슬기로움이야! 이로써 입에 부끄러움이 없는 것은 몸에 부끄러움이 없는 것보다 못하고 몸에 부끄러움이 없는 것은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입으로 짓는 허물에 쉬움이 없다면 마음으로 짓는 허물에 어려움이 없습니다. 이미 마음속에 허물이 없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아, 마음속에 허물이 없는 사람을 만나서 함께 마음을 이야기하리오!

 

漁 : 당신은 천지만물을 살피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까?

樵 : 모릅니다. 바라건대 그 방법을 듣고 싶습니다.

 

漁 : 무릇 사물을 살핀다는 것은 눈으로 살펴보는 것이 아닙니다.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보는 것입니다. 마음으로 보는 것이 아니고 이理로 보는 것입니다. 천하의 사물에 이理가 없는 것이 없고 성性이 없는 것이 없으며 명命이 없는 것이 없습니다. 이理라는 것은 깊이 파고든 뒤에야 알 수 있고 성性이라는 것은 다한 뒤에야 알 수 있으며 명命이라는 것은 이른 뒤에야 알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앎이 바로 천하의 참 앎입니다. 모름지기 성인만이 허물이 없으며, 허물이 있으면 성인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무릇 거울은 밝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만물의 형체를 숨지 못하게 합니다. 비록 거울이 만물의 형체를 숨지 못하게 한다 하더라도 물이 만물의 형체를 한결같이 비추는 것만 못합니다. 비록 물이 만물의 형체를 한결같이 비춘다 하더라도 또 성인이 만물의 마음을 하나로 볼 수 있는 것만 못합니다. 성인이 만물의 마음을 하나로 볼 수 있는 것은 성인이 반관反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관反觀이라는 것은 나로써 물체를 살피는 것이 아닙니다. 나로써 물체를 살피는 것이 아니라 물체로써 물체를 살피는 것을 말합니다. 이미 물체로써 물체를 살필 수 있다면 어찌 또 내가 그 사이에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로써 나 또한 남이고 남 또한 나이며 나와 남은 모두 물체임을 알수 있습니다.

천하의 눈을 자기의 눈으로 삼으니 그 눈이 보지 않는 것이 없고 천하의 귀를 자기의 귀로 삼으니 그 귀가 듣지 않는 것이 없으며, 천하의 입을 자기의 입으로 삼으니 그 입이 말하지 않는 것이 없고 천하의 마음을 자기의 마음으로 삼으니 그 마음이 꾀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무릇 천하의 관觀이 봄에 있어서 어찌 넓지 않겠습니까. 천하의 청聽이 들음에 있어서 어찌 멀지 않겠습니까. 천하의 언言이 말함에 있어서 어찌 높지 않겠습니까. 천하의 모謀가 안락함에 있어서 어찌 크지 않겠습니까. 무릇 보는 것이 더없이 넓고 듣는 것이 더없이 멀며 말하는 것이 더없이 높고 안락함이 더없이 큰 것은 더없이 넓고 멀며 더없이 높고 큰 일입니다. 이 가운데에서 하나라도 그러하지 않으면 어찌 지신至神 · 지성至聖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오로지 나만 말하는 지신至神 · 지성至聖이 아니고 천하가 말하는 지신至神 · 지성至聖이라야 합니다. 오로지 한 시대의 천하가 말하는 지신至神 · 지성至聖이 아니고 천만세千萬世의 천하가 말하는 지신至神 · 지성至聖이라야 합니다. 이것을 거쳐가야만 모르거나 혹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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